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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별 Feb 25. 2021

1000만 원의 예산이 지원된다고요?

2020년도 마을공동체 사업 도전기 #01

2년째 만남을 유지해 오는 동네 엄마 두 명이 있다. 그들은 아이의 같은 반 친구 엄마도 아니요. 같은 아파트 주민도 아니다. 그들을 만난 건 한 블로그 수업에서였다. 우리에겐 공통점이 세 가지 있었는데 첫째는 모두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것, 두 번째는 모두 미취학 아이를 두었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육아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구한다는 것이었다. '아이' 말고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녀들과 두세 달에 한번 꼴로 만나며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필요한 조언을 해주고 정보를 공유하며 발전해 나갔다. 나는 1일 1포 스팅을 하며 블로그를 키운 지 한 달 만에 '영어 그림책 스터디'를 시작하며 미약하지만 수익화에 성공했다. 수진 씨는 시에서 주관한 청년창업 프로그램에 합격하여 사장님이 되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창업을 한다고? 그것도 육아맘이?'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녀의 도전에 회의적이었다. 


나의 우려와는 달리 그녀는 계획 한대로 착착 실행에 옮겼다. 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는 시에서 지원을 받았고, 상품은 알고 지내는 사장님께 납품을 받았다. (그녀는 출산 전까지 친환경 매장의 MD로 일을 했다.) 매장 근무는 아이가 어린이집 등 하원 시간에 맞춰하며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다. 


매장은 대로변 뒤쪽에 위치했다. 매장을 운영하기 전까지 그곳이 그렇게 유동인구가 없었는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마침 딸아이의 발레학원이 수진 씨의 매장 근처였던 지라 종종 들러 과자를 사고 아이의 발레 학원 친구 엄마들에게 매장을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천 원 이천 원쯤 하는 과자를 팔아주는 것은 그녀에게 별 도움이 안 되었다. 발레 학원에서는 가게를 홍보하니 "요새는 배달이 너무 잘 되니 나가서 장 볼 필요가 없어요."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고객들의 방문은 점점 뜸해졌고 급기야는 매출이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는 날이 왔다. 


나 같으면 '아 이럴 줄 알았어. 사업은 뭐 아무나 하는 줄 알아?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 하며 자책했을 텐데 그녀는 달랐다.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입주민 카페에 물건 좀 팔아달라고 가게 홍보글을 올렸다. 전화로 주문을 받기도 하고 직접 배달을 가기도 했다. 


시의 임대료 지원은 1년도 아닌 고작 8개월이었다. 계약 만료 일이 다가오자 그녀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 정도 매출로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녀는 같은 상품을 네이버 스토어에서도 팔기 시작했다. 그녀의 온라인 쇼핑 진출 이야기는 나와 지원 씨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고, 그녀의 도전에 자극을 받은 지원 씨는 곧 네이버 스토어를 개설하기도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함께 했던 매장은 12월로 문을 닫았다. 시의 임대료 지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었는데 꿈을 이뤘다. 물론 큰돈은 못 벌었지만. 


계약 만료날 나와 지원 씨는 수진 씨의 매장으로 갔다. 그녀가 집기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서다. 상품 진열대로 썼던 테이블을 낑낑대며 밖으로 빼는데 수진 씨가 말을 꺼냈다. 


"마을 공동체라는 시 사업이 내년에 나올 예정이라는데 혹시 관심 있으세요?"

"마을 공동체요? 그게 뭔데요?"


"저도 잘은 몰라요. 옆 매장 언니한테 건네 들은 거거든요. 그런데 이거 되면 시에서 돈도 준데요."

"얼마요?"

"천만 원이요."

"네? 처... 천만 원 이요?"


'땅 파도 십원 하나 안 나오는데 천만 원이라니...' 순간 머릿속으로 연봉 천만 원을 받으려면 한 달 월급이 얼마 나 되어야 하는지 계산했다. 숫자에 약한 나는 결괏값이 잘 떠오르지 않았고 결국 휴대폰을 꺼냈다. 


10,000,000/12= 833,333


뭐? (세전) 팔십만 원??? 아니 내가 지금 편의점 캐셔로 취업해서 아이들 어린이집 간 6시간 동안 꼬박 일해도 한 달에 이십만 원 벌까 말까 인데 80만 원이라니 진짜 이런 게 다 있나 싶었다. 나와 지원 씨는 너무도 놀라운 이야기였지만 사실 수진 씨에겐 그리 낯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수료한 청년창업 프로그램 또한 시에서 교육비를 전액 지원한 사업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예 몰랐으면 모를까 한번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지자체 사업이라는 걸 난 그때서야 알았다. 


"근데 함께할 사람이 필요해요. 혹시 주위에 아시는 분 있어요?"

"몇 명이나 필요한데요?"

"총열명이요."

"여... 열명이요?"


'두세 명도 아니고 열명이라니 이거 다단계 같은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워낙 성실하고 똑똑했던 추진을 생각하면 뭐가 되었든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다. 


"아직 공고가 뜨기 전이니 그때까지 주위에 할만한 사람 있나 생각해 봐요."


그렇게 나는 주위 사람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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