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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챠 Jul 03. 2023

지나온 사진이 모두 내 뿌리

퍼플



우리 할아버지가 사진을 많이 찍으셨어요. 보고 배운 아버지도 그러셨고요. 외증조할머니, 외큰할아버지와 외큰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사진을 가지고 있어요. 할아버지가 강화진위대에 계셨어요. 정 3품 병마절도사였거든요. 강화진위대 단체사진을 보면 진위대장 이동휘는 모자에 깃털이 있죠. 모자에 깃털이 없는 사람은 아랫사람이에요. 지위에 따라 들고 있는 칼의 길이가 달라요. 이날 단체사진을 찍고 개인 사진도 한 장씩 남겼나 봐요. 그래서 할아버지 개인 사진까지 제가 보관하고 있어요. 할아버지는 제 이름을 지어주시고 얼마 후에 세상을 떠나셨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사진 중에 자료로 남기면 좋을 사진이 있어요. 어머니가 나온 사진인데, 뒤에 보이는 집이 똇집이에요. 나무가 귀해서 가난한 사람은 나무집을 지을 수 없었어요. 어쩔 수 업이 풀 깎고 떼를 떠서 쌓아 올렸어요. 지붕에 서까래 하고요. 똇집 이후에는 흙벽돌집을 지었지요.

1946년 1월부터 어머니 손잡고 교회에 다녔어요. 교회 첫 성전에서 지붕 덮기 전 예배드리던 사진, 교회에서 돌 모으기를 한 사진, 각종 기념일 단체 사진을 차곡차곡 모아놓았어요. 한복 입고 머리에 음식을 이고 가는 여자들 뒷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어요. 옆에 어린아이들이 엄마를 따라 걷고 있는 모습이에요.

어느 박물관에서 제 자료를 보고 보물이라고 했어요. 보여드릴게요. 집안 어른들이 손글씨로 쓴 문서 자료예요. 

지금 가지고 있는 사진은 원래 보관하고 있던 사진의 3분의 1도 안 돼요. 1973년, 집에 불이 나면서 많이 사라졌거든요. 사진을 귀하게 여기고 보관하는 건 모두 제 뿌리이기 때문이에요. 만약에 제가 사진을 정리하지 않았더라면 자식들은 뿌리를 모르고 살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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