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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챠 Jul 18. 2023

공백과 여백

챠챠



'요즘 들어 가장 행복해 보여요.'

SNS에 댓글이 올라왔다. 특별한 사진은 아니었다. 브런치를 먹으러 가서 찍은 음식 사진인데, 해산물토마토스파게티, 스테이크 볶음밥, 샐러드 세트를 차례로 찍어 올린 것뿐이다.

사진 아래에 쓴 글도 별 거 없다. '동탄브런치, 좋은 사람들과 브런치 먹으러.'라고 쓴 두 줄이 전부였다.

아마 이 사진뿐 아니라 요즘 올린 내 사진을 보고 쓴 댓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반기 강의가 하나둘 끝나면서 만남을 미뤘던 사람을 만났다. 강의나 책 제작, 인터뷰 등이 매일 같이 쏟아지는 날에는 중간에 쉬는 날이 있더라도 누굴 만나지 못한다. 사람에서 멀어져서 혼자서 쉬는 편을 택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다 보니 맛집을 찾아다니게 된다. 취미 생활도 즐긴다. 그림을 그린다거나 책을 읽는 것. 시간이 있어야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서 SNS에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올렸다. 매일 하고자 다짐하고 한 일은 아니었는데, 다른 사람 눈에는 내가 잘 지내고 있다고 느껴진 거겠지. 사실은 그렇지 않았는데.

평온하게 물 위에 떠 있는 오리가 사실은 힘차게 다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나는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나 혼자만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일과 일 사이의 공백에 적응하지 못하고 공허함을 온몸으로 마주하는 상태였다. 바쁘게 일할 때는 쉬면 뭘 할지 고민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여백 같은 날이 닥치니 불안감만 커진 것이다. 

글 쓰는 시간이 생겼지만 글을 쓰지 못했다. 소재를 찾아 적어두고는 글로 옮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자꾸 마음이 꺼졌다. 그래서 일부러 더 사람을 만나고 매일 무엇인가를 했다. 그 사이 글쓰기를 하려고 시도했고 뭐라도 써서 올리는 일을 반복했다. 사람을 만나면서 먹은 음식을 사진 찍어 SNS에 게시했을 때 나는 무엇인가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메시지 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처음엔 그 댓글을 보고 의아했다. 유난히 곱씹어보게 되는 댓글이었다. 

나는 불안한 채였으니까. 아는 선생님에게 내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행복한 줄 알라고, 일을 몰아치듯 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걱정됐다고 말했다. 곧 다시 바빠질 게 뻔하니 뭘 할 생각하지 말고 쉬라는 조언까지 덧붙였다. 고작 내게 주어진 쉬는 시간은 2주 남짓이었다.

행복을 찾아가는 길을 상상해 봤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당연히 행복하겠지만, 찾아가는 과정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목표 달성을 했다는 기쁨에 힘듦을 잊고 행복만 남은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길 위에 서 있다. 조금이나마 매일 나아가는 중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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