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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챠 Jul 26. 2023

비의 교환

온다



세계지도에서 우리나라를 찾으면 꽤 작아 보인다. 인도에는 사막과 밀림, 휴양지가 모두 있다는 기사를 봤다. 국토 면적이 7위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곳에 온갖 환경을 경험하고 나면 기분이 어떨지 상상조차 어렵다. 

그런데 국내여행을 갈 때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 같아 보일 때가 있다. 아마 요즘 들어 우리나라가 크다고 느끼는 이유는, 날씨 영향이 크다. 얼마 전 목포 여행을 갔다. 목포여행 가는 날 전국 비 예보가 있었다. 지역마다 달랐으면 조금이나마 희망이 있었을 텐데 전국적인 비 소식이었다. 중부지방부터 차례로 비구름이 남부를 향해 간다는 뉴스가 나왔다. 우산을 쓰고 기차를 탔다. 가는 동안 빗줄기가 약해지더니 점점 사그라들었다. 기차 속도보다 비 구름이 느렸다. 2박 3일 여행하는 동안 우산을 놓고 다닐 수는 없었지만 비가 오지 않았다. 중부지방에는 거센 비가 와서 주말 내내 집에 있었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우리 중 한 명은 분명히 날씨 요정이 있다고 생각했다.

곧 장마가 찾아왔다. 2023년 장마는 1973년 이후 역대 3위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비가 많이 왔고, 환경은 사방으로 무너져 내렸다. 곳곳에 산사태가 일어나서 집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사망 소식이 많았다. 산사태로 집이 무너지기 몇 분 전, 집 밖으로 나온 사람이 있었고, 지하차도가 침수되어 버스 안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같은 지하차도에서 급박하게 역주행하여 빠져나온 사람,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고 기사에 올라온 이야기도 읽었다. 우리 동네는 다행히 비 피해가 없었지만 뉴스를 보면 언제 어떻게 사고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장마 기간 내내 우산을 들고 다녔다. 바람까지 불어오면서 우산 안으로 비가 들이쳤다. 바지가 젖어 다리에 들러붙었다. 축축하고 습한 기운이 다리부터 타고 올라왔다. 지구 안에 땅이 메말라서 비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가 지긋지긋한 사람도 있다. 또 비가 내린다. 제법 많이 쏟아진다. 바닥으로 떨어진 비가 움푹 파인 길에 고이고 비는 흘러서 어디로 갈까, 집 앞 호수에 물 수위가 높아졌다. 

비가 지겨워지는 순간에도 아프리카 어딘가에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을 것이다. 이상기후, 기상이변으로 지구가 몸살이라는데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날씨를 한 이틀 정도만 바꾸면 좋겠다. 잠시나마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 이틀 장마를 보내게 된다면, 물부족으로 힘든 사람들이 잠시나마 마음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요즘 같아서는 물이 조금 싫어져서, 잠깐 정도는 멀리하고 싶다. 너무 가까워지면 힘든 법이다. 적당히 하라는 말이 가장 어렵다던데 적당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당함을 바라기엔 세상이 너무 무너져 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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