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로운 도전 챌린지를 하는 것처럼 의도치 않게 내게 다가온 일을 받아들이고 있다. 도전을 즐기진 않는다. 무엇을 시작할 때 남들보다 준비 시간이 길다. 고민이 많고 선뜻 뭘 하지 않는 편이다.
강의, 출판사 운영 등이 훌쩍 나에게 온 것처럼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운영위원회 모집 공고를 봤을 때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공고가 올라왔을 때가 여름과 가을 사이였나. 의지와 다르게 참여할 수 없었다. 출판사 업무로 심각하게 바빴다. 때가 맞지 않으면 억지로 하기보다는 미루는 편이 나았다.
이번에 작은 도서관 봉사자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2022년 업무는 끝났고, 1월 중순 강의 시작 전까지 여유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봉사보다는 운영에 관심이 있어, 문의를 드렸다. 매주 같은 시간에 봉사하는 건 내 일 특성상 어렵다고, 다만 운영이나 강의 등에 도움을 드릴 순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이미 운영위원회가 구성된 상태이고 책 정리나 기타 업무 분장이 되어 조심스럽게 말한 것이다.
오늘 작은 도서관에 모인다기에 시간 맞춰 참석했다. 정식 모임은 금요일인데 그때 다른 일정이 있어 오늘 가게 되었다. 운영위원들 나이대가 비슷했다. 아이는 다 우리 아이보다 어렸지만.
작은 도서관을 운영해본 경험이 전무한데 의지로 모인 사람들이다. 공간과 책, 운영 방법 모두 함께 상의해서 만들어 가야 한다.
운영비가 넉넉하지 않아 물품구매도 어려운 것 같아 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위원들도 나와 비슷한 기분이라고 했다.
함께 하자며 모두 손뼉을 쳤다. 지원사업 회계를 할 줄 알 것 같다는 말에 대답을 바로 하진 못했지만, 내가 경험자로 보인다고 했다. 뭔가 많이 해보지 않았냐는 의미였다. 다 내려놓고 쉬려 했는데 시간이 조금 생기니 가만히 있질 못하고 작은 도서관 일에 참여하고 싶어 졌다고 대답했다. 우리 같은 사람은 다 그렇다고.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뭔가 하려 한다는 것이다.
위원회로 함께 해주세요, 내 이름이 서류에 적혔다.
뭔가 잘 못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위원님이 연필로 내 이름을 적었다. 옆에서 볼펜으로 적어야 지우지 못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위원회 단톡방에 초대됐다.
아는 사람들 사이 낯선 사람 한 명.
얼굴을 보고 인사한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어색한 기운이 감돌지 않았다는 것. 사소하지만 내겐 신기한 일이다.
얼떨결에 대출 코드 찍는 연습을 했다.
번갈아가며 대출과 반납을 해보고 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도서관에서 나와 바로 옆 헬스장에 갔다. 한 시간 운동하고 오니 나는 작은 도서관 총무부장이 되어 있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일이 흘러가버렸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생기니 생각만 물고 늘어져 행동마저 느릿해진 틈에 활기가 찾아온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