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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챠 Jun 14. 2023

나비효과

R

집 근처에 타로숍이 생겼다. 토요일 오전, 아이 둘을 데리고 타로숍에 갔다. 아이가 타로숍에 있는 고양이를 보러 가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걸어서 고양이를 보러 갈 수 있는 곳은 그곳뿐이라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찾아갔다. 타로가게에 갔으니, 질문거리를 찾아 타로를 보고 아이들은 고양이와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에게 고양이를 보여주고자 계획 없이 봤던 타로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도서관 위원들에게 후기를 전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 당장 만나자는 위원 두 명을 만났다. 나들이가 어울리는 토요일 오후였다. 주말에 급작스럽게 만나는 것은, 더군다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타로 후기를 듣자마자, 한 위원이 당장 타로를 보겠다며 예약전화를 걸었다. 나머지 한 명은, 옆에서 듣고 있다가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면 타로를 보겠다고 말했다. 타로를 보고 나온 지 몇 시간 채 되지 않아 다시 타로 숍으로 향했다. 따라가면서도 의식의 흐름대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가자고 제안한 사람은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일이 안 풀린다며 점을 보고 싶어 했지만, 결정이 느려 아직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한동안 접었던 공부를 시작하세요, 

다른 일 놓고 사업에 집중하세요, 

글만 쓰세요.


셋은 타로에서 인생의 답을 구했다. 셋 다 카드가 좋았다. 뒤집어진 카드 중에 나쁜 카드는 없는 거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타로숍을 나와 카페에 갔다. 특히 재물운이 많다고 나온 사람이 음료를 모두 계산했다. 

느낌이 가는 대로 카드를 뒤집었을 뿐이잖아. 좋은 카드만 고를 확률이 얼마나 되는 거야.


짐작 가는 대로 나온 결과, 하지만 현실로 데리고 오기엔 걸리는 게 많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카드 그림에 대해, 서로의 미래에 대해 확실했으면 하는 대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비효과,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리고 작은 사건 하나가 엄청난 결과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나비는 날개를 펼쳤고, 토요일에 분 바람은 두 사람을 움직였다. 결과를 듣고 나온 두 사람은 고민했고, 그중 한 명은 바로 결정을 내렸다. 큰 결정이었다.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사람이 타로를 보러 갔다. 아마도 태풍이 아닐까 싶다. 그 사람은 어쩌면 최근 들어 가장 크게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차례의 태풍이 지나갔다. 잠시 잠잠해지고 일상은 그런대로 흘러간다. 다음 경로는 어디일까. 무엇을 향해 바람은 불고 있을지, 그 누구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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