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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즁 필름 Dec 20. 2016

<라라랜드> 리뷰

'환상'이라는 현실으로부터의 선물

이번 리뷰 영화는 <위플래쉬>라는 좋은 작품을 선보였던 '데미언 채즐'감독의 영화. 주연은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의 <라라랜드>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너무 기대했던 영화였는데요. 그 기대를 만족시켜주는 것을 넘어 2016년에 본 영화 중에 저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영화입니다. 만약 아직 보기를 망설이고 있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일반적인 멜로 영화와는 다르게 풀어낸 감독의 역량. 정말로 좋은 음악과 어울리는 많은 연출적 장치들. 다채롭게 눈을 만족시켜주는 환상적인 화면까지. 사랑이 무엇인지. 꿈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영화. <라라랜드> 리뷰입니다. 


영화의 포스터 아래로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진짜 마법이다. 사랑의 마법.

요약 줄거리. 인물 소개.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복기해보자. 영화가 잘 기억이 안 난다면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물론 필자처럼 영화를 여러 번 봐서 기억이 너무 잘 나도, 복기하는 마음으로 읽어보길 추천한다.


영화는 꽉 막혀 버린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정체구간. 그 속에서는 환상과 현실이 혼재한다. 모두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가 차로 들어가는 그때 두 주인공은 불쾌하게 첫 만남을 갖는다. 그리고 나선 바로 두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빵에 글루텐 들었냐구요?

미아는 배우이다. 아니 사실상 배우 지망생. 그녀는 카페에서 알바를 하며, 그 안에서 유명 배우에게 커피를 주고는 선망의 눈빛으로 그녀를 동경한다. 하지만 그녀의 오디션은 처참했다. 우는 연기를 하는 와중에 뒤에서 누가 들어오고, 잘못 뽑혔는지 2차 오디션에 가서도 그녀는 굉장한 무시를 당한다. 꿈을 쫓아 대학을 다니던 도중에 LA로 온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번번이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가슴속에 결국에 배우로의 꿈을 버리지 않는 그녀. 친구들의 등쌀에 못 이겨 기분 풀려고 갔었던 파티에서는 미아는 군중 속에 특별히 튀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진다. 수영장을 향해 걸어가는 그녀에겐 난데없이 눈이 쏟아진다. 그녀의 겨울의 시간.

재즈는 항상 초연이라는 세바스찬

세바스찬은 재즈를 사랑하는 피아니스트다. 그도 엄청난 현실의 벽 앞에 있다. 인기가 없어지는 장르의 음악을 하고 있던 것.  "반 비크"라는 재즈의 성지에서 "삼바 타파스"라는 클럽 제목에 분개하는 그는 그곳에 자신의 재즈 클럽을 만들기로 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래도 그는 말한다 "불사조처럼 날아오를 거야" 그런 그지만 결국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주하라는 사장의 지시에 맞춰서 연주하다가 결국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보이다가, 굴욕을 맛본다. 무려 그 사장은 위플래쉬의 플렛쳐 교수. 오 마이 갓.


그리고 그 둘은 만난다. 사장에게서 쫓겨나기 전에 연주한 그 음악에 이끌려 미아는 클럽에 찾아들어가고, 그곳에서 세바스찬은 미아를 무시한다. 그래 그는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다. 평소 다른 멜로 영화였다면 아마 이곳부터 무엇인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는 결국에 둘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엇갈림을 내포하고 있다는 복선이 된다. 


다시 돌아와서 어딘가 파티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둘. 하지만 세바스찬은 역시나 자신이 원했던 연주를 하지 못하고, 그런 상황을 놀리는 미아. 하지만 둘은 같은 처지였다. 꿈을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 주저앉아있어야 했던 힘없는 청춘 둘. 그래서였을까. 둘은 서로를 무시하는 척하지만 서로에게 이끌려 파티장을 빠져나온다. 그곳에서 그 둘의 상황을 묘하게 나타내는 탭댄스를 추게 된다. 관심 없는 척하지만, 서로에게 이미 끌려버린 둘.

좌!우!대!칭!

관심 없는 척했지만, 결국 그녀를 차에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갈 필요 없었던 길을 갔던 세바스찬. 둘은 아마 이미 서로에게 푹 빠졌으리라. 그리고 그 둘은 서로를 좀 더 깊게 알게 된다. 세바스찬이 왜 재즈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미아는 얼마나 연기가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둘은 아마 서로에게 이러한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에 끌렸으리라. 원래 무언가를 깊이 좋아해 본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듯.


그러던 중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이유 없는 반항"을 보자고 제안한다. 바로 "리알토 극장"에서. 그 사이 미아는 2차 오디션에서 굴욕을 맞본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바로 자신을 위로해줄 만한 사람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예상외의 약속 때문에 극장으로 향하지 못하고, 시덥잖고 쓸데없이 고급진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죽이고 있던 미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세바스찬이 치던 피아노 선율에 결국 극장으로 향한다. 그녀가 가는 길에는 갑자기 꽃이 날리기 시작한다. 봄이다.

손잡을 때 정말 심쿵 ㅠㅠ

그 둘은 영화관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설렘 가득한 움직임 속에 손을 잡는다. 하지만 키스는 하지 못하는 둘. 영화는 갑자기 멈춰버렸고, 둘은 천문대로 향한다. 분위기 좋은 밤의 분위기에서도 둘의 키스는 손수건의 비행으로 방해를 받는다. 황홀한 광경에서의 서로를 매개로 춤을 추는 둘의 모습. 낭만과 환상의 우주 같은 시간이 끝난 뒤. 둘은 그 때야 비로소 키스하게 된다. 둘의 사랑은 영화나 환상 보다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는 걸 나타낸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둘. 많은 곳에서 즐기는 데이트. 깊어지는 관계. 그 속에서 둘은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한다. 엄마와의 통화에서 "고정된 수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미아. 그것에 결국 자신의 꿈의 타협을 시도하는 세바스찬. 미아의 말은 별것 아니었을 수 있지만, 세바스찬은 그것을 미아에 대한 자신의 사랑으로 치환시키기에 이른다. 자신의 투어에 미아를 초대해 군중의 열광을 받는 세바스찬. 그 속에서 미아는 그에게 느낄 수 없었던 어색함을 느낀다. 미아는 자신을 응원하는 세바스찬의 지지 속에서 일인극을 준비하며 직진으로 나아가지만, 오히려 세바스찬은 꿈보다는 미아와의 앞날 위해 돌아가지만 긴 여행을 선택한다. 그렇게 그들의 여름은 끝나고 있었다.


미아가 세바스찬을 찾는 목소리는 어쩐지 사랑보다는 보채는 것으로 들린다. 어딘지 모르겠다며 그립다며 하는 말속에는 애틋한 사랑보다 힘없이 축 늘어져있다. 하지만 집에 와 깜짝 파티를 준비했던 세바스찬. 그렇게 둘은 문제없어 보였다. 하지만 대화할수록, 엇갈린 뒤에 너무 다른 곳으로 와버렸다는 걸 알아버린 둘. 결정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일인극에서 빈약한 관객과 험담에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미아는 6년간의 노력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세바스찬은 거짓 멋짐을 뽐내며 인형처럼 사진을 찍고 그녀에게 바삐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 미아는 이미 무너져있었다. 그렇게 둘은 이별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미아는 왜일까 떨어지는 가을의 낙엽 같아 보인다.

잘했어 미아! 기운내!

그러다가 일인극을 흥미롭게 지켜본 캐스팅 디렉터에 눈에 띈 것을 안 세바스찬. 그는 그녀가 남긴 자그마한 단서로 그녀를 찾아내고, 결국 그녀를 오디션장으로 이끈다. 파리에서의 촬영과 자신의 이모의 경험담을 멋진 스토리로 풀어내는 미아. "꿈을 꾸는 바보들"을 위한 그녀의 노래는 가슴을 울린다. 밤에 찾았던 그리피스 천문대에 낮에 만나서 서로를 계속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둘. 그 둘의 대화는 마치 빨갛게 물들어버린 가을 단풍 같다. 


그리고 영화는 당연스레 겨울이 된다. 세월은 훌쩍 지나 5년 뒤가 된다. 미아는 굉장한 배우가 되어 LA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에겐 이미 남편과 딸이 있다. 세바스찬은 결국에 재즈클럽을 만들게 된다. 고속도로가 막히자 남편과 함께 다른 길로 가게 되는 미아. 그곳에서 "샙스"라는 자신이 세바스찬에게 음표를 넣어 선물한 이름의 재즈클럽에 가게 되고, 그 둘은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하지만 슬프게 들리는 세바스찬의 독주. 그 둘은 그들이 처음 호감을 느끼게 된 무대로 옮겨간다. 원래 미아를 무시하던 세바스찬은 단숨에 키스를 하게 되고, 둘은 모든 것이 잘 풀리는 상황 속에서 서로를 사랑한다. 짧은 요약본처럼 둘의 이상적인 상황을 영화는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세바스찬은 꿈과 현실 안에서 타협하지 않았으며, 미아의 일인극은 대성황을 이룬다. 당연스럽게 오디션에 합격하여 파리에서의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 둘. LA로 돌아와 사랑스러운 아들을 낳고, 세바스찬의 재즈클럽을 찾아와 음악을 듣는다.


그렇게 모든 것이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상황은 차갑도록 냉정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끝이 난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서 옅은 미소를 띠는 둘. 미소는 세바스찬이 먼저. 돌아서는 건 미아가 먼저.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영화의 키포인트

계절 변화.

영화를 보다 보면 겨울-봄-여름-가을-겨울의 순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보통 계절의 순서로 처음 이야기하는 봄이 두 번째 순서로 등장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뮤지컬 영화의 형식처럼 막을 나누는 도구로도 사용되지만, 결국에 이 계절의 변화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계절과 맞물린다. 아니면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처량함을 나타내기 위해 이야기는 겨울부터 시작한다.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며 눈을 맞는 미아의 이야기부터, 사랑을 확인하기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미아의 발 빠른 걸음의 봄. 콘서트장의 후끈한 열기와 둘의 사랑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여름. 만남서부터 내포하던 것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서로를 괴롭히지만 끝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마법 같았던 가을을 지나 5년 뒤에 서로의 꿈은 이루지만 결국 둘의 성장과 사랑의 엇갈림을 표현한 겨울에 이르기 까지. 


이런 사랑의 고저와 꿈을 쫓는 사람을. 그냥 당연스럽게 흘러가는 사계절 속에서 표현한 것이다. 계절은 각기 다른 특색이 있지만 그것의 흘러감과 반복은 결국 사람을 나이 먹고 성장시킨다. 설령 그것이 모두가 같은 종류의 길은 아닐지라도.


마지막 겨울의 뒷배경을 장식하는 하늘그림은 여태까지의 환상을 퇴색하고 지금까지완 무엇인가 다름을 기묘하게 그려낸듯한 기분까지 든다. 그래서 5년뒤의 미아는 정말 놀랍도록 성장했다. 유명배우가 되고, 가정을 이뤘으며, 답답한 고속도로에서 먼저 길을 제안하는 이전에 볼 수 없던 미아의 모습이다. 


둘의 차이. 둘의 사랑의 차이.

영화를 보다 보면 보통의 남녀는 서로의 각 성별에 감정 이입하기 쉽다. 물론 성을 대상화시키는 것은 굉장히 남녀차별적이지만 이 영화는 결국 사람은 현실이라는 땅위에 자리한 것처럼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면화시킨다. 


세바스찬의 사랑은 현실적이다. 자신이 꿈꿔왔던 이상을 자신의 사랑에 그 자리를 내주면서 치환시킨다.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고정적인 수입을 부탁하지 않았지만, 넌지시 엄마에게 건넨 미아의 걱정에 그에게는 결국에 피할 수 없는 각오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삶을 영위하며 사랑하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고뇌가 결국 세바스찬의 현실적인 선택에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미아의 캐스팅을 지지한다. 왜냐하면 그는 놀랍도록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현실적인 자신의 선택을 믿는다. 가슴속에 항상 "나는 피닉스가 될 거야" 하는 이상을 품지만 그는 결국에 헌신적이다. 그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꿈과 이상을 변화시킬 만큼. 그래서 그의 사랑은 미래에 있다. 그래서 현재의 자신에게 현실적이 되는 것.

심하게 의지하고 있음.

미아의 사랑은 이상적이다. 그래서 약간의 결함과 균열. 위로와 위안은 그녀에겐 굉장한 무게로 다가온다. 번번이 실패하는 오디션과 너무 향수적이라는 말을 하는 미아를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세바스찬은 그녀의 꿈으로서의 이상과 사랑으로의 이상을 모두 충족시켜줬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믿지 못한다. 왜일까 오디션에 온 여자들은 자신보다 더 예뻐 보이고, 카페로 찾아온 배우는 그래서 멀게만 보인다. 일인극에 사실 그녀를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지만, 그보다 이상적인 기대를 충족지 못해서 절망한다. 높은 이상에 비해 그녀에게 내려진 현실은 가혹하게만 느껴져, 결국 그녀는 그 꿈을 포기하려 한다. 거의 목표에 다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그녀는 그에게 어쩔 수 없이 의지하게 된다. 그런 그녀는 사랑에서 만큼은 현재가 좋다. 너무 큰 이상적인 미래보다는. 그래서 미래를 보며 현실적이 된 그를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도 마지막엔 그것이 나를 위한 사랑의 방법이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고마울 것이다.


이 둘의 사랑의 차이는 여러 가지 포인트에서 나타나지만, 깜짝 파티를 하는 둘의 싸움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나의 꿈은 클럽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렇게 같이 있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세바스찬. 하지만 그것은 꿈을 포기한 거라고 이해하는 미아. 결국 둘의 차이는 둘을 엇갈리게 했다. 

차에서 뜻하는 바가 많다.

그와 그녀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들은 영화 내내 깔려있다. 둘의 첫 만남은 자동차 경적으로  시작한다. 꽉 막힌 길에서 오디션 스크립트를 읽으며 미적대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미아를 보면서 경적을 울리는 세바스찬. 심지어 그는 미아를 만나려고 차를 가지고 오면 긴 경적 소리로 항상 그녀를 불러낸다. 미아는 훗날 그렇게 자신을 깨워주고 이끌어주고 자신의 꿈을 한없이 응원해주던 그가 참 고마웠으리라. 그렇게 둘은 자연스럽게 의지하고 의지가 되어준다. 이는 극 초반 턱에 차키를 대고 호출하면 머리가 안테나 역할을 한다며 말하는 세바스찬, 또 그걸 따라하는 미아에게서 나타난다.


그와 그녀의 차는 어떨까? 한 사람은 구형 오픈카이고 한 사람은 놀라운 연비를 자랑하는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이다. 그 차들은 여태까지 그들이 실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세바스찬의 사랑은 현실적이었지만, 미아를 만나기 전까지의 그는 항상 이상을 쫓아왔다. 그래서 열려있고 Jazzy한 차를 타고, 세바스찬을 만나기 전까지 이상이 있지만 현실의 절벽 속에서 살았던 그녀의 차는 현실의 연료를 조금만 줘도 많이 나아갈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였다.


환상과 현실. 그리고 음악.

이 영화는 환상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을 절묘하게 섞었다. 음악과 장면의 결합이 매우 이채롭다. 이 아래 리뷰는 OST를 듣거나 가사를 보거나 기억하면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장면 촬영 정말 고생했을 듯.

처음 꽉 막힌 고속도로. 

(Another Day of Sun)

이 장면은 꽤나 많은 것들을 암시한다. 특히나 음악이 그렇다. 영화 안에서의 미아의 미래를 정말 크게 암시한다. 자신의 이상을 그리며, 결국에 내일의 태양을 위해 달려 나가 자신의 꿈을 이룰 거라는 내용이다. 특히나 이별한 애인에게 스크린 속에서 날 보게 될 거라는 자신감. 아마도 그녀가 고향을 떠나올 때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비록 현실은 꽉 막힌 고속도로이지만, 그곳에서 울려 퍼진 이 노래는 긍정적인 미아의 미래를 예상하기에 충분하다. 


미아의 외출을 꼬시는 룸메이트들. 

(Someone In the Crowd)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고향을 떠나온 미아이지만, 그런 미아를 둘러싼 현실을 엿볼 수 있다. 마치 파티에 가는 것을 오디션과 캐스팅으로 비유하고 있고, 그곳에서 자신을 날아오르게 할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며 친구들은 말한다. 수많았던 오디션에서 떨어졌던 그녀지만, 결국 룸메이트들의 이런 이끌림 속에 파티장으로 향한다. 결국 그 안에서 떨어졌던 오디션들처럼 자신을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고, 모두들 짝이 있거나 심취해있는데 자기 자신은 눈을 맞으며 초라해 보이는 모든 내용이 이 노래 안에 담겨 있다. 

여기 어딘지 모르지만 꼭 가봐야.

탭댄스를 추던 야경.

(A Lovely Night)

 둘은 이미 서로가 싫지 않았지만, 되려 그 마음을 감추며 사랑스러운 야경을 당신과 보내기 아깝다는 노래에 맞춰 탭댄스를 춘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이 장면에서의 둘은 완벽하게 합이 맞아 보이지 않는다. 살짝 한 사람의 박자가 빠르다거나 특히 시작 직전에 발을 구르며 자극하는 세바스찬과 결국 달아오른 분위기에 산통을 깨버린 미아의 전화기 소리. 물론 이건 극 전반에서의 둘의 엔딩을 암시하는 복선임과 동시에 아직까진 서툴게 둘에게 다가가는 썸 타는 관계를 잘 나타낸다.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항구에서의 세바스찬. 그리고 듀엣 

(City Of Stars)

 이 영화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노래다. 왜냐하면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처음 세바스찬의 City Of Stars가 나올 때의 분위기는 굉장히 우울하다. 왜냐하면 이건 현실적인 세바스찬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두 버전에서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가사다. 같은 부분을 미아는 다르게 바꿔 부른다.


세바스찬 Ver.

Who knows? 

누가 알까?

Is this start of something wonderful and new? 

무언가 멋지고 새로운 무언가의 시작일까?

Or one more dream that I cannot make true?

아니면 내가 이룰 수 없는 꿈이 하나 더 생긴 걸까?


미아 Ver.

 That now our dreams.

 지금의 우리 꿈들은.

 They've finally come true

 마침내 그 걸 이뤄냈어.


기본적인 테마는 굉장히 자괴하는 자신을 관조하는 노래이지만, 미아가 부르거나 혼성으로 함께하는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생긴다. 둘의 사랑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이기도 하지만, 결국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노래의 부분이 생기게 되어버린다. 둘이 함께 이 노래를 부를 때의 연기도 정말 볼만한데, 행복해서 중간중간 웃음 지으며 노래를 부르는 미아와 아마도 원래 가사에서의 이룰 수 없는 꿈과 같은 느낌을 받는 세바스찬. 이건 마지막에 둘이 어떻게 될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복선이다. 

미아에겐 이런 촬영이 꿈이었을 것

미아의 마지막 오디션.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이모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부분은 미아의 꿈에 대한 그동안의 마음이자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곡이기도 하다. 꿈을 꾸는 바보들을 위한 이 노래는 한없이 이상적이다. 그 무엇보다 꿈을 생각하는 이모와 그런 이모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던 미아의 인생관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극 중에서 미아는 항상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옷을 입는다. 커피를 쏟아버린 흰색 유니폼이라던가 경찰복. 오버하는 가죽재킷이나 심지어 세바스찬과의 대화에서는 소방관 옷이 필요하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비로소 미아는 이 노래를 부를 때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가장 자연스러운 평상복을 입고 한 번도 제대로 기회가 주어 진적이 없었던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자기 자신을 보여준다. 


완전한 환상이라고 여겨지는 장면들은 안타깝게도 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뜻한다. 물론 그 장면 자체로만 생각하면 완전히 이상적이고 낭만의 정수 속에 피어난 환상 속의 사랑이지만,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그 이상을 정말로 이상으로만 만들어 버린다. 

천문대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천문대에서의 왈츠

(Planetarium)

정말 아름다운 우주에서의 왈츠를 추지만, 결국 그것의 시작은 갑작스레 끊겨버린 영화 필름이며, 키스를 방해하는 손수건이었다. 그렇지만 그 둘의 춤은 앞서 탭댄스의 풋사랑 보다도 훨씬 아름다웠으며, 사랑의 절정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재즈 재즈 재즈

영화의 마지막 10분

(Epilogue - The End)

 피아노 솔로 독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영화 전반에 나왔던 음악의 메들리로 펼쳐진다. 그러면서 나오는 장면들은 전부 완벽한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의 모습들이다. 처음 만나서 보자마자 그렇게 방해받았던 키스를 바로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둘. 세바스찬을 잘라버린 사장까지도 둘의 만남을 축복하고, 라이트하우스에서 우연하게 재회했던 키이스의 제안은 들어보지도 않고 거절한다. 미아는 아무런 절망 없이 일인극에 성공하고, 오디션은 바로 캐스팅으로 이어진다. 둘은 함께 파리로 가서 흥겨운 재즈에 함께 취하고, 세느강변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다. 그리고 모노 필름처럼 이어지는 그림에서는 둘은 정말 사랑스러운 아들을 키우고, 세바스찬이 연 재즈클럽에 함께한다. 

 

환상의 미학.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환상일 뿐. 결국 마지막에 외롭게 피아노를 누르는 세바스찬에게로 돌아오고, 그걸 벅차기보다 슬프게 바라보는 미아가 나타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외로운 피아노와 각종 메들리로 울려 퍼지는 음악과 원색 가득한 장면들로 대비시켜놓은 이 장면. 아픈 사랑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과거를 회상하며 지난 사랑을 복기하기에 충분했고, 지금 여름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랑이 결국에 어딘가에 부딪쳐 무엇인가의 결실보다 꿈처럼 사라짐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노래가 너무 좋아 당황.

세바스찬의 라이브 공연

(Start a Fire)

 극 중 키이스(존 레전드)와 함께 공연하는 노래다. 재즈라기보다는 팝에 어울리는 박자와 일레트로닉한 키보드 사운드. 무대 연출에서도 극 중에서 가장 이질적이다. 그만큼 세바스찬이 자신의 사랑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음악적 꿈을 내려놓는 것을 아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한 가지 재밌는 건 "피닉스"를 말하던 그가 결국 여러 사람 앞에서 부르는 노래는 '이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밤의 느낌이 좋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이며 결국에 "불태워 보자"라는 노래 제목이다. 오히려 정말로 그에게 어울리는 노래일지도 모른다. 


미아의 고향행. 세바스찬의 약혼식 연주. 

(Engagement Party)

미아는 고통스러운 절망을 껴안고 고향으로 향한다. 정말로 흥미로운 건 이 장면에서 극에서 처음 고속도로에서 울려 퍼졌던 음악(Another Day of Sun)의 조용한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태양은 여전히 미아를 비추고 있다. 떠나는 미아의 앞날에 다른 태양이 뜨고 있음을 알려주는 복선이다. 그리고 그걸 피아노로 약혼식에서 연주하고 있는 건 세바스찬이다. 그가 그녀의 또 다른 태양의 큰 조력자임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듣다보니 이 노래는 Another Day of Sun 이 아닌 Someone In the Crowd의 피아노 버전이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군중속에서 고독한 미아를 뜻한다. 하지만 이제 곧 있을 최종 오디션을 뜻하기도 하며, 그것을 연주하고 있는 세바스찬이 그것의 메신져(세바스찬의 밴드이름)가 될지도 모른다는 암시다. (잘못해석 한거 같아서 수정합니다.)


감독의 시선

내 최애감독으로 등극.

LA, 캘리포니아

 자세히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제목은 'La La Land'이다. 무려 극의 배경이 된 캘리포니아, L.A. 가 3번이나 등장한다. 감독은 이 동네를 매우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현실과 이상이 맞물리는 할리우드가 있는 공간. 근대와 현대의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의 서부 캘리포니아. 계절의 변화는 둔하고 항상 낭만의 바람이 부는 듯 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그곳. 재즈와 영화 촬영지. 동네 카페에서도 심심찮게 나타나는 배우들. 분명히 이 지역을 사랑함에 틀림없다.

여긴 캘리포니아

겨울은 캘리포니아에선 그렇게 엄청난 겨울이 아니다. 하지만 두 번 등장하는 것도 그렇지만, 각 계절의 길이도 많이 다르다. 가장 따듯한 캘리포니아에서 영화에서는 여름이 몹시 짧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정말 뜨겁게 사랑한 부분은 많이 절제되었다. 그에 반해 2번의 겨울의 길이는 몹시 길었고, 가장 큰 규모의 도입부와 가장 큰 환상의 마지막에 비중이 있다.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한 겨울 테마의 이야기. 정말 인상적이다. 게다가 영화의 개봉시기도 겨울이다. 결코 우연은 아닐것 같다.


결국은 꿈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환상적인 사랑 그리고 음악, 재즈가 있겠지만, 결국에는 '꿈'이다. 그리고 그 꿈을 이뤄가는 미아의 이야기이다. 그 꿈을 위해서 도와주는 '메신저스(세바스찬이 합류한 밴드)'의 이야기다. 이 얘기를 하면서 감독의 전작의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위플래쉬'에서는 주인공이었던 드러머 앤드류와 스승인 플렛쳐의 광기 어린 꿈을 쫓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이번에는 미아의 꿈을 함께 세바스찬과의 사랑으로 이뤄가는 꿈을 그려냈다. 

미아는 여기서 빛을 얻었을까

 의외로 둘의 사랑은 참 아름답게 그려지지만, 막상 환상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생각보다 둘의 사랑은 깊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미아는 자신의 진짜 사랑인 꿈을 쫓았고, 세바스찬은 그런 부분을 인정하며 그녀를 이끈다. 하지만 결국에 그건 둘 사이의 사랑이라기보다는 각자의 사랑을 하는 방식이 다름을 현저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다시 위플래쉬 얘기로 돌아와서, 처절한 절망이나 극한의 노력이 없이는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다는 얘기는 전작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물론 위플래쉬에서는 서로에게 광기 어린 공격으로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사랑으로 이뤄냈다는 차이가 있지만 본질을 이루는 뿌리는 같아 보인다. 물론 같은 뿌리에서 나온 꽃과 열매는 매우 달랐다. 


총평

내 필명은 변덕쟁이인데, 그런 변덕쟁이들에게 딱 알맞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변덕쟁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싫증 나지 않도록 이색적인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하거나, 영화를 볼 때마다 다른 감상이나 느낌을 들어갈 구석을 여러 군데에 마련해놓는 것이다. 싫증 낼 틈이 없고, 이 생각을 하다가 다른 것을 계속 생각하게 해준다. 


딱딱한 틀속 안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해석의 한계를 가진 명확한 영화들은 그만큼 나 같은 사람에겐 쉽게 휘발한다. 보고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으며, 생각하고 있을 때 계속해서 다른 생각의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 만약에 이 글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거나, 혹은 이런 장황한 리뷰를 다 읽고 여기까지 온 사람은 무척이나 이 영화에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내 리뷰가 이 영화를 좀 더 쉽게 기억하는 매개로 쓰였다면, 정말 보람을 느낄 것이다.


세바스찬 같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많이 슬펐을 것이다. 하지만 그 슬픔이 결국 자신의 사랑의 방식임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미아의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결국 자신의 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던 사람이 있었기에 지금의 당신이 있었을 테니. 어떤 사랑인지 모를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혼란 역시 사랑이 아닐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결국 화려하게 수놓는 환상적인 장면에 사랑에 빠진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보는 사람마다 각자의 다른 사랑과 그 환상의 선물을 안겨주는 영화. 라라랜드.

뭘 폭발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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