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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즁 필름 Aug 06. 2018

사진 에세이. #1

정들었던 혜화의 조각들.

오늘은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내 인생 두번째로 길었던 나를 남겨두고 온 그 곳.

혜화에 가기 위해서.


연신 셔터를 눌러도 역시 베스트컷은 건지기 힘들다. 익숙한 곳이라면 당연히 더욱 그랬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약속장소로 각광 받았던 혜화역 4번출구. 나오자마자 각자 맞아주는 이를 보며 짓는 미소도. 늦는 사람을 향해 연신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는 이까지 다양한 그 곳의 기다림의 합은 정말 길고 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건너편. 최고의 입지에 자리잡은 나의 모교. 가파른 오르막은 등교할 때의 발에 모래주머니를 채워 주었고, 식당가는 내리막이기도 한 그 길로 나는 정말 얼마나 달렸는지.



다시 건너 모퉁이로 가면 반가운 로터리가 나온다. 요즘엔 이 말 자체를 쓰지 않지. 그만큼 나에게 오래 정든 가게와 간판들. 수도 없이 지나다녔던 이 길의 정취는 참 변하지 않아.



성대 쪽문길. 고성같은 울타리와 항상 넘실거리는 푸른 나무가 날 맞이하는 곳. 항상 불법으로 주차된 차들이 거리의 분위기를 망치지만, 항상 성대학생들을 마주치며 걸었던 정든 거리.


그렇게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온지도 벌써 몇년일까. 이곳을 그렇게 좋아하시던 부모님도 결국 떠나와.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진 것 같은 이 곳은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내 고향과도 같다.


뜨거웠던 여름의 햇살에 눈이 부셔도 가서 조용히 프레임안의 그곳을 즐길 만하다. 앞으로 내 에세이에도 분명히 여러번 등장할 것이다.


그만큼 사랑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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