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스틱 모양의 과자를 초콜릿에 풍덩 담갔다가 뺀 것 같은 모양의 빼빼로.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물어보는 질문에는 언제나 대답하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만, 베스트를 몇 개 꼽아달라고 한다면 주저 않고 빼빼로를 추천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빼빼로를 많이 애정하고 있어요.
빼빼로는 종류도 다양합니다. 기본 초코맛부터 과자 안에 초코를 가득 채운 초코 필드, 아몬드가 알알이 박힌 아몬드 맛, 화이트 쿠키, 크런키 등부터 가끔 한정판 상품으로 나오는 유자 맛, 크림치즈 맛 등의 신기한 빼빼로도 있습니다. 저번에 유자 맛 빼빼로를 먹어봤는데 상큼한 유자향이 팡팡 터지는 느낌에 어쩐지 리프레시 되는 느낌의 과자였어요.
언제부터 빼빼로를 좋아했는지 생각해 봤는데, 오히려 어릴 때보다 좀 더 자라고 나서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지금처럼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닐 때 빼빼로는 주로 빼빼로 데이에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거나 친한 친구들과 나눠 먹는 과자라는 인식이 강했었는데요. 성인이 되고, 회사에 취업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빼빼로에 대한 사랑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선배님들께 민폐만 끼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날이 많았습니다. 다들 저에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는데, 괜스레 미어캣처럼 주변의 눈치만 살피며 매일매일 제가 저를 가장 많이 혼내던 날들이었어요. 그런 날이면 집에 돌아와서 깨끗하게 씻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빼빼로 박스를 뜯었습니다. 어릴 때는 초코 필드 빼빼로를 좋아했는데, 그런 날이면 꼭 기본 빼빼로가 당기더라고요? 빼빼로가 가득 들은 봉지를 뜯어서 얇은 과자를 하나 입에 물고 오독오독 씹다 보면 어쩐지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독 씹으면 스트레스가 좀 풀리고, 또 오독 씹으면 걱정했던 일도 같이 꼭꼭 씹어 삼켜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달까요.
오독,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오독, 그래도 이건 잘했잖아?
오독, 내일은 더 잘할 거야
오독, 오늘도 수고했다!
하나씩 꼭꼭 씹어서 삼키다 보면 그날의 스트레스도, 걱정도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행복하게 초콜릿으로 당 충전도 하고, 스트레스도 잘 씹어 소화시키는 과정이었달까요. 한 봉지 안에 과자도 넉넉하게 들었기 때문에 빼빼로 한 봉지와 함께 하고 나면 실제로 몸도, 마음도 풍족해졌습니다.
이제 지금 회사를 다닌 지도 벌써 6년을 꽉 채우고, 7년을 향해 가고 있는데요. 연차로 따진다면 8년 차가 됩니다. 그럼에도 빼빼로를 향한 애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집에 빼빼로가 떨어지지 않게 항상 사서 채워놓아요. 그리고 유독 스트레스가 심한 날이나 마음이 울적해진 날이면 루틴처럼 퇴근 후에 빼빼로를 뜯습니다. 그 어떤 것보다 효과 빠른 저만의 영양제랍니다. 다양한 맛의 빼빼로를 모두 좋아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최애는 기본 빼빼로입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다시 빼빼로가 먹고 싶어지네요. 한 봉 뜯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