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부인 Jun 26. 2021

토요일,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하고 음식을 차린다. 식구들은 맛있게 먹는다. 다 먹고 자기 그릇을 싱크대 안에 넣는다. 설거지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식탁 위를 보면 한 두 개 남은 음식이 담긴 그릇들이 있다. 국이나 찌개도 냄비에 조금 남아 있다. 남은 음식들은 젓가락을 댄 것은 어쩔 수 없이 버린다. 그러고도 남은 음식은 용기에 담겨 냉장고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오늘 같은 토요일, 냉장고에서 탈출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버려진다. 냉장고에 한번 들어갔던 음식을 잘 안 먹는 식구들, 주부도 먹기 싫다. 그래도 한 끼 정도 더 먹을 수 있는 찌개며 국, 반찬을 처음부터 버리기는 어렵다. 냉장고에 며칠 머물 뿐이다. 일은 두배로 늘어나게 된다. 반찬용기 설거지도 해야 하니까. 봉지 한가득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냉장고를 정리하는 일은 음식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더해져 도저히 유쾌하지가 않다. 한 끼 먹을 만큼만 요리해야지 노력하다가도 다 먹고 한 두 개 반찬이 남은 접시를 보면  식구들 탓을 하게 된다. 주부에 대한 배려가 없어! 싹싹 다 먹기 캠페인을 가정 내에서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일 못하는 주부의 주말특근, 어제 친구와 마신 모카골드 크러시 한잔 마시면 힘이 날 것 같은 토요일 오후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요일 밤, 외롭고 속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