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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부인 Aug 30. 2021

공감의 무게

  "어머, 어머 진짜요?"

  "아이고, 그랬군요."

  "그래서요? 어떻게 되었는데요?"

전업주부에게도 종종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찾아온다. 만남이 깊어지면 자연스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각자가 걸어온 길은 참 다르고, 헤쳐나온 삶의 순간이 전해질 때 나도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가슴이 떨린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몰입과 공감의 잔치가 열린다. 사회적으로 활발히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에는 전업주부로서 느끼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경외감이 있다. 아름답고 멋진 이야기만 듣게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알게 된 이의 억울하고 힘들었던 이야기에는 같이 속상하고 울수밖에 없다. 그렇다.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하다보면 내 작은 마음에 무게가 느껴지는 일이 생긴다.

 일년전, 친구를 통해 새로 알게 된 이가 있다. 여자 셋이 수다에 꽤 몰입하게 되었고 그녀의 힘들고 아팠던 결혼생활 이야기를 들었다. 만남 후에, 며칠을 앓았다.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게 안타까웠다. 공감의 무게가 오래도록 무겁게 느껴지는 때가 있지만, 두렵거나 싫은 감정이 아니다. 그 시간에 나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한번 더 생각한다. 그리고 마음으로 실컷 응원을 한다. 잘 되기를 바란다.

 자주 연락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나누어 들어서 가볍게 느껴지는 걸까. 아침에 통화한 친정엄마의 별일없다는 말이 참새소리처럼 반갑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친정언니와의 통화도  여름의 무성한 잡초처럼 건강하니 안심이 된다. 타인의 삶을 잘게 쪼개어 듣는 일도, 한번에 압축해 강하게 듣는 일도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고운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오늘도 해야할 집안일을 하나  해나가야겠다. 아픈 마음을 털어내듯 이불을털고, 얼룩진 마음을 지우듯 접시를 깨끗하게 닦아내야지. 그리고 추억 속의 좋은 일들을 골라내듯 좋은 재료를 찾아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야겠다.

 

진한 이야기에는 투명한 것을 부딪치며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최영미<사는 이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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