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 정해져 있다. 틈틈이 애용하는 새벽 배송 상자에 아이들의 자잘한 종이 쓰레기를 가득 모아 내려갔다. 경비 아저씨가 계셔 인사를 했는데, 하소연인지 꾸지람인지 모를 이야기를 하신다. “종이 상자는 다 펴야 해. 누가 하라고? 과일박스 안에 스티로폼을 여기다 버리면 어떡해?” 순간 퉁명스럽게 나오는 말. “제가 버린 거 아니에요! 왜 저한테 그러세요?”
종이박스를 버린 대신에 불편한 마음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안일을 하며 계속 생각한다. 왜 그렇게 친절하지 못한가? 누군가의 불만을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거다. 그때, 뜨거웠던 여름, 가족이 병원에 입원해 간호를 하러 오가던 중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말을 건네듯 불만을 이야기하는 누군가에게도 그랬다. 나도 힘든데 대꾸하기 싫어 이어폰을 끼고 못 들은 척했다. 꽤 퉁명스러운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날도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고가 많으신 나이 든 경비 아저씨에게 쏘아붙이듯 대답한 건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보아도 역시나 별로다. 그래도 또 생각한다. ‘다들 나를 만만하게 보고 그러는 것 같아. 좀 더 당당하게, 세게 말할 필요가 있어!’, 이건 일종의 자격지심이다. 써놓고 보아도 큰 이유가 되지 못한다. 차라리 친절하게 말할 걸 그랬다. “어휴, 그러게요. 다들 재활용 쓰레기를 좀 더 신경 써서 버리면 좋을 텐데요. 호호호”라고. 그러면 아침부터 마음이 무겁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연이어 퉁퉁거리지 않았을 텐데, 후회 가득한 오전을 보냈다. 미담의 주인공은 되지 못할지언정 동네의 친절한 아주머니가 되어 보자! 방학이 끝나도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그만 잔소리하고 친절한 엄마가 되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