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일 년이 지났는데 동네 친구가 없다. 아이들이 커가며 더 이상 노는데 엄마를 데려가지 않으니 엄마 친구를 만날 기회도 없거니와 끝이 나지 않는 코로나 19의 상황 탓이다. 집안에서 주로 살림을 하는 주부에게도 집 밖의 사회생활이 필요하다. 동네 친구와의 커피 한잔이 여의치 않다면 멀리라도 나가자. 고학년 딸과 저학년 아들이 번갈아 등교를 하는 통에 자유로운 날이 없지만 그래도 믿을 만한 큰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 중, 화요일을 택했다.
남편의 학업, 직장을 따라 여러 번 이사를 했다. 직전에 살던 동네는 연고가 전혀 없던 전주의 하가지구다. 낯선 곳에서 사귀게 된 두 명의 동네 친구는 전주가 고향인 사람들이어서 굳이 나를 만날 이유와 시간이 없었지만 고맙게도 한 달에 한번 나와 밤마실을 가주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와 두세 시간의 밤공기를 마시며 친구들과 갖는 시간을 즐겼다. 그중 한 친구는 매번 아이들에게 하가 발전연합회에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고 외출한다고 했다. 주부들의 수다스러운 모임에 진지하게 이름을 붙이니 만남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나의 화요일 외출도 화요 미팅으로 부르게 되었다.
아침에 작은 아이 학교를 보내고, 남편의 출근 준비도 서둘러 돕고 큰 아이도 온라인 수업에 들여보내면 어질러진 집은 치울 새 없이 외출을 한다. 중요한 미팅처럼 시간 약속도 엄수해야 하기에 총총 거리는 발걸음으로 나선다. 발걸음이 참 가볍기도 하다.
어느 화요일에 만난 친구와는 커피 한잔으로 시작해, 맛있는 점심을 먹고 식후 맥주 한잔을 마셨다. 쌓여 있는 할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이 미팅에 결과물을 묻는다면, 주부의 살림력의 향상이라고 답하겠다. 자녀교육에, 재테크에 유용한 정보획득은 그에 비하면 미미한 일이다. 주부의 즐거움은 가정의 평화에 이바지함으로. 즐거운 외출을 마무리할 즈음에 작은 아이에게 전화가 온다. “엄마, 오늘 나 학원 빠지면 안 될까?” 엄마의 외출이 너에게도 일탈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깜빡했다. “엄마, 곧 집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