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부인 Apr 30. 2021

화요일, 발걸음이 가볍다.

 이사 온  일 년이 지났는데 동네 친구가 없다. 아이들이 커가며 더 이상 노는데 엄마를 데려가지 않으니 엄마 친구를 만날 기회도 없거니와 끝이 나지 않는 코로나 19의 상황 탓이다. 집안에서 주로 살림을 하는 주부에게도 집 밖의 사회생활이 필요하다. 동네 친구와의 커피 한잔이 여의치 않다면 멀리라도 나가자. 고학년 딸과 저학년 아들이 번갈아 등교를 하는 통에 자유로운 날이 없지만 그래도 믿을 만한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하는  ,  화요일을 택했다.

  남편의 학업, 직장을 따라 여러  이사를 했다. 직전에 살던 동네는 연고가 전혀 없던 전주의 하가지구다. 낯선 곳에서 사귀게   명의 동네 친구는 전주가 고향인 사람들이어서 굳이 나를 만날 이유와 시간이 없었지만 고맙게도  달에 한번 나와 밤마실을 가주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와 두세 시간의 밤공기를 마시며 친구들과 갖는 시간을 즐겼다. 그중  친구는 매번 아이들에게 하가 발전연합회에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고 외출한다고 했다. 주부들의 수다스러운 모임에 진지하게 이름을 붙이니 만남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나의 화요일 외출도 화요 미팅으로 부르게 되었다.

 아침에 작은 아이 학교를 보내고, 남편의 출근 준비도 둘러 돕고  아이도 온라인 수업에 들여보내면  어질러진 집은 치울 새 없이 외출을 한다.  중요한 미팅처럼 시간 약속도 엄수해야 하기에 총총 거리는 발걸음으로 나선다. 발걸음이 참 가볍기도 하다.

 어느 화요일에 만난 친구와는 커피 한잔으로 시작해, 맛있는 점심을 먹고 식후 맥주 한잔을 마셨다. 쌓여 있는 할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이 미팅에 결과물을 묻는다면, 주부의 살림력의 향상이라고 답하겠다. 자녀교육에, 재테크에 유용한 정보획득은 그에 비하면 미미한 일이다. 주부의 즐거움은 가정의 평화에 이바지함으로. 즐거운 외출을 마무리할 즈음에 작은 아이에게 전화가 온다. “엄마, 오늘 나 학원 빠지면 안 될까?” 엄마의 외출이 너에게도 일탈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깜빡했다. “엄마, 곧 집에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요일 밤, 허둥지둥거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