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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부인 May 20. 2021

평일  휴일, 반가울 리 없다.

 전업주부에게 평일 휴일이 반가울 리 없다. 요즘 아이들이 학교에 매일 가지 않으니 예전보다 상실감이 덜하다. 학교에, 회사에 모두 가고 나면 그제야 나만의 일터가 되는 집을 평일에 누릴 수 없게 하는 휴일은 정말 달갑지 않다. 심지어 긴 연휴라면 특별한 여행 계획이 없는 한 막막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뒤치락 거리가 더 많아서였을까? 연휴면 더 어질러지는 집안에 한숨을 푹푹 쉬고 있자니 남편이 아이 둘을 데리고 나갔다. 집 근처 63 아쿠아플라넷이 새로 생겨서 구경을 간 것인데, 혼자 집을 치울 생각에 청소조차 즐겁게 느껴졌다. 그런데 40분 만에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들을 맞이하며 (어이가 없었지만) 남편의 최선이었다고 애써 실망한 나 자신을 위로했다.

 이번에는 수요일 휴일, 날씨도 나쁘지 않다. 자전거로 탄천을 달려 생각해둔 우동 맛집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섰는데 운동도 할 수 있고 점심도 해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자전거로 이삼십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수타우동 겐이라는 곳이다. 우동의 식감이 탁월하고 국물이 진하고 맛있다. 식구대로 종류를 달리하며 잔뜩 주문했다. 각 메뉴마다 내야 할 맛을 잘 내고 있다고 남편은 호평을 쏟았다. 맛집에 와서 맛있게 먹었을 때의 만족감을 누리며 또 신나게 자전거를 밟아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휴일이 조금씩 채워졌다.

야탑 수타우동 겐

 휴일이라고 밥을 안 먹겠는가, 휴일이라고 옷을 안 입어 빨래가 나오지 않겠는가. 집안일에는 따로 휴일이 없으니, 아이들처럼 학교에 안 간다고, 남편처럼 회사에 안 간다고 좋아할 수가 없다. 그래도 아침 등교시간이나 출근시간에 맞추어 부랴부랴 준비해야 하지 않고 느긋한 아침을 즐길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생각해둔다. 휴일이니까 모처럼 온 식구 점심 맛집 탐방을 기획하며 집안일을 줄여보기도 한다. 가능한 집안일을 내일로 미뤄본다. 그리고 읽고 싶었던 책 한 권 들고 공원으로 나가본다. 평일 휴일, 어쩌면 반가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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