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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부인 Oct 03. 2021

평범해서, 고맙고 미안합니다.

  잠들기 전, 두 책을 앞에 놓고 무얼 읽을까 고민했다. 용기 있게 읽겠다고 결심한 책을 들었다가, 다시 좋아하는 작가님 책 <평범한 결혼생활>을 펼쳤다. 역시나 나에게 웃음을 주는 작가님, 킥킥 대며 읽고 있으니 남편도 슬그머니 옆에 와 읽는다. 남편에게 양보하고 처음 들었던 책 <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를 읽는다. ‘교제 살인’이라는 말이 낯설다. 뉴스에서 봤던 사건들이 기자의 눈으로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그들을 향한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 꼭꼭 눌러쓴 편지처럼 읽혔다.

 ‘평범한’ 남자를 만나, 평범하게 사는 일은 그저 평범한 일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내전이 일어나지 않는 평범하게 하루를 살 수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는 것, 위험하지 않고 안전한 곳에 사는 것, 학교를 다니고 친구와 놀며 자랄 수 있는 것, 그 모든 일이 누군가에는 주어지지 않았고 누군가에게는 주어졌다.

누가 잘해서, 누가 잘못해서도 아니다. 그래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마음만 갖고 살지 않아야 하는데. 커가는 딸을 위해서도 매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서 두 눈을 부릅뜨고 또 읽겠다. 읽는 것만으로 힘이 되진 않겠지만, 읽고 평범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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