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랑 말다툼을 했다. 별거 아닌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기분이 나빠진 우리는 비아냥거렸고, 남편은 다른 일을 할 테니 그만 말하자고 했다. 한참을 그 앞에 서서 무슨 말을 할까 생각했다. 그러다 밤은 늦었지만 잠시 걷고 싶어졌다. 가을 날씨니까, 외출하고 들어와 마침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았으니까, 집 앞 공원은 밤이 늦어도 사람이 꽤 있으니까 걸을 수 있지 싶었다. 걷는 일이 마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아니까… 수도 없이 많은 이유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걷다 보니 이번 주 필사했던 나태주 님의 짧은 시도 생각난다. 별거 아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도 별거 아니다. 좋은 시를 써두었던 일이 이 순간 내게 힘을 주다니, 새삼 고맙다. 그리고 이런 고마운 마음을 써 내려가며 점점 내려가는 밤기온에 다시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가고 싶어 진다.
거창하게 사과할 마음도 없지만 아까 애써 생각한 공격하는 말들은 공원 벤치에 내려놓기로 한다. 오르락내리락 희로애락, 감정으로 가득한 인생도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괜찮을 것이다. 별거 아니다. 서운할 일도 많다. 내 맘은 그런데 남편의 마음은 또 어찌해야 하나 걱정도 들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좋은 생각이 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