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만 합격하고 98%는 떨어지는 시험
내가 느낀 공무원 시험은 잔인한 시험이었다. 30만명이 시험을 본다고 하면 98% 이상인 29만명은 떨어지는 시험이다. 합격한 사람들은 극소수고 떨어진 사람이 대다수인 시험이었다.
공시생 생활을 했던 2017년부터 2019년에는 불합격 공시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하는 사건이 많았다. 그 중 가장 쇼킹이었던 사건이 있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공시생이 세종시 인사혁신처에 몰래 들어갔던 것이다. 점심시간 공무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담당자 컴퓨터에 접속해 7급 공무원 합격자 명단에 자신을 이름을 올렸던 일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지 대단하다. 공무원 합격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으면 수법이 대범한 것은 둘째 치고 사무실을 무단으로 침입해 자신의 이름을 올리려는 생각을 했는지 말이다. 하긴 당시 모든 취업 준비생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 사회적 문제라고 말하던 때였다. 물론 지금도 공무원 시험에 비슷한 정도의 사람들이 응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불합격한 공시생으로써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공무원 시험이 끝나면 합격한 사람들이야 공무원이 되지만 불합격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공시 낭인이 된다.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 정부나 인사혁신처에서 공무원 시험 합격자 발표와 함께 불합격한 공시생들을 위해 다른 분야로 취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능력과 공정한 기회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합격과 불합격으로 나누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매년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서 합격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러한 부분을 조금 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불합격한 공시생들에게 공무원 합격만이 인생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 시켜줄 수 있는 보완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