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어쩌다 임기제 공무원
바야흐로 2019년 5월 이었다. 3년간의 공시생 생활을 뒤로하고 일단 먹고 사는 게 먼저라고 생각되었다. 36살의 나이에 새로운 곳으로 취업 한다는 게 불가능하게 보였다. 백수 공시생활 3년의 공백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채우는 게 힘들 것 같았다.
취업사이트를 들락거리며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넣었다. 불러주는 곳은 모두 면접 보러 다녔다. 가장 큰 장애물은 나이와 경력이었다. 36살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입으로 들어가기 애매한 나이. 가진 것은 1년, 8개월, 2년의 분절되고 일관되지 않은 경력들뿐이었다. 모든 것이다 애매했다. 취업사이트를 뒤지던 중 나라일터라는 채용사이트가 갑자기 기억났다. 내가 지원할만한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공고를 발견했다.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봤다. 기적처럼 합격이 되었다. 합격 소식을 알려주던 아침 문자를 받고 속으로 눈물이 흘렀다. 이제 인간 구실은 할 수 있겠구나. 그렇게 갑작스런운 어쩌다가 공무원 생활을 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진짜 어쩌다 임기제 공무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