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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새로운 계급의 탄생

취업 준비생에 관한여...

by 광안리등킨도나쓰


취준생의 역사


1894년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폐지되면서 조선시대까지 유지되었던 사회적 계급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새로운 경제적 계급인 취준생(취업준비생의 줄임말)이 탄생했다. 취준생 그들은 누구인가. 1997년 IMF가 대한민국을 좌우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월급으로 생계를이어가던 중산층들은 무너졌고, 그 결과 재벌과 서민이라는 극단적인 경제적 계급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계급은 그들의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었다. 대한민국의 취준생들은 1997년 IMF 세대시대의 전유물이며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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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을 바라보는 시선


2015년을 살아가고 있는 20대와 30대는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한 체 부모 세대의 도움을 받는 경제적 불구가 되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실업률은 현재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대기업에게 고용을 많이 해라고 요구한다. 여전히 언론은 정부와 기업의 눈치를 보며 취업률과 실업률을 들먹거리며 현재상황을 보고하는데 바쁘다. 이러는 사이 청년들은 갈피를 못잡고 도서관에 앉아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누구도 해결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일단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들은 여전하다. 정부는 기업에게, 기업은 청년에게 그 해결책을 찾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언론은 기업과 청년에게 스스로 해결하라고 요구한다. 결국 마지막 화살은 취준생에게 몰리게 되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적 낙오자, 패배자로 분류된다. 2015년 대한민국의 취준생은 자기 밥벌이도 못하고 안정적인 울타리를 찾아 헤매는 무능력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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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시장


그렇다면 취준생의 하루는 어떨까. 특히 하반기 채용시즌인 9월부터 12월까지는 자소서 작성과 자격증 준비로 똑같은 생활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며 지낸다. 그 불안감은 자신감을 떨어트리고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으로 바뀐다. 바닥으로 내려온 자신감은 자괴감으로 바뀌고 죄책감으로 변질되는 순간 세상을 살아갈 마음도 없어진다. 최근 대학졸업 후 단 한번도 취업을 하지 못하고 공무원 준비를 하다가 집에서 자살한 남자의 뉴스를 접했다. 그 심경 100% 이해간다. 그런데 이러한 취준생을 이용해 먹는 집단이 있다. 바로 각종 시험주관 단체와 기업들이다. 취준생이 늘어가면서 이들이 필요로하는 스펙을 만들어 준다는 명목으로 매달 수십만원의 시험비와 면접준비 비용을 받아가고 있다. 누군가 피해를 보면 다른 누군가는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는가, 취준생은 힘든데 취준생이 오가는 곳은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과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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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의 취준생


이웃나라의 일본에서도 취준생과 비슷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 있다. 바로 '사토리'다. 사토리는 자동차, 사치품, 해외여행에 관심없는 일본청년세대를 뜻한다. 이들은 욕망이 없는 세대로 인식되며 파생된 단어들로는 초식남, 건어물녀 등이 있다. 유럽에도 일본과 비슷한 용어가 있다. '차브'다.차브는 어린이를 뜻하는 집시언어 Chavi에서 비롯된 단어로써 명품 짝퉁 패션을 좋아하는 영국 노동자 계급의 문화를 가르키며 한국의 취준생, 일본의 사토리와 비슷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다른 나라에서도 1980년대 중후반과 1990년 초반에 태어난 세대들이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취업난 문제는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며, 전 세계적인 사회현상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게 되면 농업혁명까지는 완만한 곡선을 그렸다. 이후 산업혁명을 계기 폭발적인 성장을 하면서 인구는 급속도로 늘었다. 지금은 그 성장의 열매에 따른 인간사회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지구라는 집에 사는 사람이가 너무 많아서 벌어지는 문제인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해결책은 집에사는 사람의 수를 줄이거나 다른 집을 찾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이 상황의 가장 쉬운 해결책은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며 버티는 것이다. 사실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밥을 먹지 못해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열악한 상황을 살아가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결국 이러한 문제는 시대가 변화 하면서 새로운 현상과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포인트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이 와도 버티는 것이다. 계속 버티면서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 상황 보다 조금 나아지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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