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의 트렌드라는 파도 위에서 노를 젓는 우리들의 초상
점심시간은 소중하다. 우리의 목표는 어떻게든 빨리 짬밥을 먹고 와서 노가리 타임을 갖는 것이다. 나는 세상 삼라만상과 세상의 트렌드를 저녁 8시 뉴스보다 무려 8시간 빨리, 점심시간에 팀원들로부터 듣는다. 무엇보다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요즘 가장 핫한 트렌드이다.
점심시간의 세상 쓸데없는 노가리에 오르내리는 주제로 보아, 지금 세상은 ‘두쫀꾸(두바이 쫀득 쿠키)’의 한국이다. 두쫀꾸의 실시간 가격인 시가 및 제작 방법, 유통 과정 등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두쫀꾸 덕분에 한 번 가본 적 없는, 앞으로도 갈 일이 있을지 모를 중동의 디저트 세상까지 나의 인지 능력을 확장시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 팀 막내들은 두쫀꾸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음에 불만을 품고, 에어비앤비를 주말에 예약하여 가내수공업으로 두쫀꾸를 대량 생산하기로 했단다. 덕분에 나는 두쫀꾸의 인그리디언트(Ingredient: 재료)인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카다이프(중동 지역의 아주 가늘고 긴 실 형태의 국수)에 대한 자세한 상식을 얻게 되었다. 이들이 현재 시장에서 수급이 어려워 당근마켓에서 얼마에 거래되고 있는지에 대한 시세도 알게 되었다.
현재 배달 앱의 업장은 두 개로 나뉜다. 두쫀꾸 메뉴를 보유한 식당과 보유하지 않은 식당. 이로써 두쫀꾸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배달 앱 상위에 랭크되거나 검색되게 하려면, 20년 감자탕·칼국수 장인들도 두쫀꾸 메뉴를 보유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우리의 실시간 트렌드 토크는 두쫀꾸와 관련한 본인의 경험담으로 마무리를 짓게 된다. 미국에서 거주 중인 친구가 두쫀꾸를 팔아 돈을 벌고 있다더라, 집 앞의 작은 가게가 두쫀꾸 매출 상승으로 지하철역 앞 메인 상권으로 이전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 그러다 보면 우리도 집에서 두쫀꾸를 만들어 파는 부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를 포함한 이 대화에 참여한 참여자들 중 그 누구도 두쫀꾸로 돈을 벌어 회사를 관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이것이 우리가 10년 넘게, 20년 동안 직장인인 씁쓸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