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를 바라볼 때면

by 마루바닥

나이테를 바라볼 때면


한 줄 한 줄 쌓아가는 나이테를 바라볼 때면

사람의 삶에는 어떤 흔적들이 남을까 궁금해진다. 일 년에 한 줄씩 쌓여가는 나이테만큼 사람에게도 매년 쌓이는 것들이 있을까

눈가에 잡힌 주름 한 줄, 이마에 잡힌 주름 한 줄, 광대에 쌓인 주근깨 한 점, 줄자 한 눈금만큼 늘어가는 뱃살들이 사람에게 남는 흔적이 아닐까


물론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다

한 권 한 권 읽어가는 책을 통해 쌓인 지혜, 한 사람 한 사람 겪으며 얻게 된 혜안, 한 곳 한 곳 여행 다니며 쌓인 견문, 한 해 한 해 쌓여가는 나이에 맞는 태도와 책임감


보이는 나이테와 그렇지 않은 나이테는 서로 시냅스처럼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전기 신호가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시냅스로 넘어가며 쌓인 결과가 보이는 나이테로 나타나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는 늙어감을 뜻하지만 정신학적으로는 성숙해 감을 뜻한다.


그러고 보면 나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나이테가 있는 것 같다. 잘라야만 볼 수 있는 나이와는 별개로 일광성에 따라 변해가는 가지의 모양, 계절의 변화에 따른 나뭇잎의 색깔, 지층의 견고함에 따른 뿌리의 깊이감.

이 모든 것 또한 나무의 나이와 연륜을 대변해 주는 파라미터이다.


나이테를 바라볼 때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늘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볼 수 있는 사람과 보지 못하는 사람. 읽을 수 있는 사람과 읽지 못하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과 듣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할 줄 아는 사람과 할 줄 모르는 사람.


깊은 산속 어딘가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나이테를 상상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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