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가 된다는 것은
초보가 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언제부터 젓가락질을 잘하게 되었는지, 두 발 자전거는 언제부터 잘 타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익숙하게 핸들을 잡았는지, 초보가 되었던 순간들은 새로운 세상과 함께 다가왔습니다.
걸음마를 막 떼어 난 갓난아기에게도, ‘맘마’‘라고 첫마디를 외치던 아이에게도 그 시작은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새로운 세계가 함께 다가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보았던 세상, 느꼈던 감정, 겪었던 경험들이 함께 내게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이것은 실로 놀라운 접근입니다. 그렇기에 한 명 한 명의 인연은 참 소중한가 봅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가서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어릴 적에는 먹지 못했던 몇몇 음식들도 언젠가부터는 맛있게 먹고 있는 저를 발견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즐긴다는 것은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될수록 주름은 한 줄씩 늘어나겠지만 깊어진 주름에 힘입어 미소는 더욱 깊은 골짜기를 만듭니다.
미식의 초보가 고수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매년 반복되는 계절학습이 효과가 있습니다.
매 해 반복되는 사계절은 4개의 세상을 가지고 왔습니다.
봄, 산뜻한 산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참기름 한 스푼으로 양푼냄비에 듬뿍 담아 매콤 달짝하게 섞은 비빔밥.
여름, 시장에 가서 어깨너머로 배웠던, 맛있는 수박 감별법인 '통통 건드려보기'로 선별된 녀석을 전용 끈에 달고 가져와 흐른 계곡을 냉장고 삼아 크게 베어 먹던 시원한 수박.
가을, 동네 수산시장으로 달려가 뼈 째 썰린 전어를 한 젓가락에 누가 더 많이 들어 올리는지 대결하듯 듬뿍 들어 초장에 등목시켜 입으로 가져갑니다.
겨울, 가을에 달려갔던 수산시장에 다시 달려갈 차례입니다. 방어를 만났습니다. 수족관을 가득 메우는 대방어를 두툼하게 썰어서 참기름과 김으로 정성스레 포장하여 입 속으로 선물합니다.
계절마다 제철인 음식들은 매 년 새롭게 맞이하는 초보 계절러들을 미각의 신세계로 안내합니다.
초보가 된다는 것은 늘 떨리는 일이었지만 새로운 세상이 함께 다가왔습니다.
사람의 초보, 음식의 초보, 계절의 초보
1)보행(步行)의 첫걸음.
2)학문(學問)ㆍ기술(技術) 등(等)의 첫걸음.
초보라는 첫걸음의 떨림!
그 떨림은 어쩌면,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첫 발걸음이 보내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