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스포 없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이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선 주인공을 바라보는 관객은 ‘개X마이웨이브’라 적힌 문구를 마주하게 된다. 가볍고 장황하면서도 술술 이어지는 말장난 같은 이런 문구들이 영화의 흐름을 상징한다.
아닌 게 아니라 분명 재미있게 보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의구심이 들었다. 순간순간 틈을 허용하지 않는 ‘잔재주’들에 깔깔 웃은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한 시간 반을 지탱하는 중심을 언젠가는 드러내야 할게 아닌가?
놀라운 것은 영화가 정말로 심각해지기 직전까지 이런 잔재주로 보이는 요소만으로도 썩 잘 끌어왔다는 점이다. 특히 초반부는 왕창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타다닥 치고 빠지는 편집점이 하도 빨라서 영화가 아니라 거의 유튜브 예능급 템포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방방 뜨는 템포는 어쩔 수 없이 진지한 이야기로 나가는 후반부까지도 거의 유지가 된다. 웃기기 위해서라면 정말 뭐라도 한다는 도전정신도 대단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소재에 대한 연구를 참 많이 했구나라는 감탄이 든다.
좀 더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심각한 부분에서도 결코 조용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소리치고 움직이고 여하튼 영화는 정적인 순간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시끄러움과는 대비되게 주인공을 대하는 영화의 태도는 얌전하다. 하긴 시끄럽게 만담에 취해 있을수록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묻어 두는 법이다. ‘청년이여 꿈을 가져라!’ 같은 설교는 당연 아니고 심지어 ‘힘내 이 짜식아’ 같은 위로를 ‘하는’것도 아니다. 단지 조금 동정 섞인 시선으로 사진같은 순간을 찍어 주는데 그친다. (마지막에 주인공에게 계기를 주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하니까’라는 도식적인 인상을 받았다) 여러 가지 교훈을 주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90분짜리 깔깔거림에 족하는 영화의 태도는 그러기에 오히려 주인공에 대한 존중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