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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Sep 04. 2020

영화 #오문희 이야기

숏리뷰, 스포 없습니다

영화 포스터


휴먼 가족 코미디. 으레 이런 장르는 소도시 내지는 시골을 배경 삼아… 한국 사람에게 익숙할 만큼 익숙한, 익숙하지 않더라도 익숙한 기분이 드는 소재다.


그런 전형성에서 이 영화가 탈피하기 위해 내세운 것은 무엇인가? 일단 코미디로서 영화는 가족 코미디로서 여겨지는 안전한 범위를 살짝, 깨고 더 나간다. 그래서 분명 웃기려고 힘준 장면인데 이거 웃어도 돼? 하는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탄다. 보수적으로 보자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역이긴 한데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웃음의 타이밍이나 끊고 지나가는 편집의 흐름은 괜찮게 느껴졌다.


그리고 탐정물로서 내가 올해의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느낀 기가 막히게 좋은 설정이 하나 있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인데 이야~ 대한민국에서 ‘탐정’ 역할을 맡기기 (다시 말하지만) 기가 막히게 좋은 설정이다. 왜 이런 직업을 가진 탐정물을 여태껏 못 만든 걸까? 다만 그 설정의 짜릿함과는 별개로 그냥 직업적인 도움 이상의 추리에 기여하는 부분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아주 좋은 지역 물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된 남주의 직업 설정은 여기서도 빛난다) 특히 작은 도시를 로케로 할수록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도시나 시골에 대한 로망이 무책임하게 투영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도시는 이야기의 좋은 배경이 되어 준다. 그냥 노인과 소들로 점철된 시골에 머물지도 않고 나름의 어떤 구석을 과시하고자 하는 부분도 거진 없다. 그리고 나 역시 지방민으로서 정말 싫어하는, ‘대단한 스울 사람이 미개한 시골 세계에 구원의 손길’ 같은 클리셰도 일절 없다. 잘 조율된 배경으로서 기능하는, 지방 로케 물에 대한 좋은 선례를 남겼다. 언어적으로도 꽉짜인 충청도 세계관이 (진짜 로컬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확신이 없지만) 단단하게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오히려 가족 코미디 본래의 영역에서 쪼금 더 치고 나가는 부분 외에는 여러모로 잘 조율된 영화. 그리고 어떤 디테일한 흐름도 역시 2020년 개봉하는 영화구나 다운 구석을 놓치지 않는 좋은 작품이라고 느꼈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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