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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Sep 05. 2020

영화 #리메인 이야기

롱리뷰,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리메인은 적어도 내 영화 관람 역사(?)에 있어서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붓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으레 [1. 현재에서 손짓 발짓이 아스라이 보일 듯한 ‘예전 모습’을 주인공으로 펼치는 감동(을 의도한) 이야기 2. 으둠에 세계에 물든 윽수로 직이는 싸나이들의 이야기] 요 둘을 벗어나는 경우가 잘 없다. 작년 하반기에 개봉한 ‘감쪽같은 그녀’와 ‘퍼펙트맨’도 딱 요 클리셰에 들이 맞출 수 있었다.


그런데 리메인의 내용은 저어기 센틈시티 유리 궁전 꼭대기에 사는, ‘회사 중역을 남편으로 두고 고오오급 발레를 전공한 <싸모님>이 전공인 고오오급예술을 통해 (불륜남과) 소통하는 막장 드라마’를 표방한다. 센틈시티에서 일하는 남편은 일과 후 회식을 ‘와인 바’에서 하고. (캬~~ 직이네) 드디어, 드디어 붓산에서도 [그시절], [싸나이], [휴먼감동] 같은 키워드에서 해방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부산은 차갑고 공허한 도시로서 배경으로 남는다. 대표적으로 주인공이 홀로 발레를 하는 장면에서 유리창 너머 진열된 빌딩들의 그 인공적임이라 해야 하나 공허함 같은 감정으로 화면을 꽉 채우는 부분이 있다. 그러한 배경의 활용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결국은 ‘센틈마린’ 지구를 스크린에 담는 과정에서 붓산뽕티를 완전히 감추지 못한 영화들 보다야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는 이 영화의 ‘모던한’ 도시풍경이 붓산을 소재로 찍어낸 ‘얼짱사진’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좀 다른 의미로 즐긴 것은 맞지만. (가령 남편이 근무하는 회사 사무실 위치는 센텀 스카이 비즈 타워일 것이다 딱 그 각도에 가야 나오는 샷이다) 게다가 좀 더 자세히 본다면 비슷한 구도로 열심히 돌려찍기를 했다던가 아웃포커싱으로 최대한 돌려 찍기 한 티를 덜 내게 했다던가(…) 하는 부분들도 보였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영화가 의도했을 공간의 정서가 나에게 완벽히 먹히지는 않았다.


뭐 그래도 시작이 중요한 거니까. 그리고 오히려 부산에 연고가 없는 사람이 이 공간에 어떤 정서를 받았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부산이 가진 공간적 배경이 더 다양한 이야기의 토양이 된다면, 나아가 작품으로서 가치를 지닌 매체가 되어 사람들에게 감흥을 준다면, 그 배경의 되는 도시의 구성원으로서 한 사람 분만큼의 뽕을 나눠 가지는 것도 문제 될 것은 없지 않을까? 그래서 일단 시도만으로도 (토닥토닥) 해주고 이야기를 끝낼…


수도 있었지만 아무튼 나름의 평가를 하는 자리에서 토닥토닥은 토닥토닥이고 영화가 좋은 영화냐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기왕이면 이 영화가 좋은 고오급 불륜 막장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슬프게도 전체적인 인상은 기본만 한다는 쪽에 가깝다. 일단 디테일이 약하고 상징이 있긴 한데 너무 노골적이라 조소하는 느낌이 감정을 앞선다. 그리고 연기, 이 영화에 주연배우 3인방 연기가 하나같이 힘이 25%쯤 빠졌다고 해야 하나 살짝 넋 나간 모습으로 보였다. 그 덕에 힘주고 연기했다면 너무나 뻔한 대사였을 부분도 좀 다르게 받아진 것은 있지만…


힘을 주고자 한 장면 장면들은 인상적이지만 너무 꾹꾹 눌러쓴 편지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시뻘건 차를 우리는 장면처럼 시각적으로 확 들어오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컷의 시작과 끝까지 그 구성이 규칙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해야 하나 ‘레디~ 액션~ 자 대사 들어갑니다~’하는 일련의 흐름이 짐작될 정도로 정형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이러한 ‘디테일 없이 넋 나간 액팅으로 이어지는 정형화된 흐름’ 때문에 주인공 캐릭터에 ‘공허함’이라던가 ‘쌀쌀함’ 같은 캐릭터가 부여된 것 같아 보이기도 하다. 남편한테 질린 건 그냥 10년이나 살았으니까. 바람난 건 젊고… 잘생기고… 뭐 그러니까. 아버지가 아들 한번 보고 싶다는 소원은 안타깝지만 내 인생인데 뭐.


그런 부분에서는 의도가 짐작이 되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내 편견일 수 있는데, 이야기라면 그래도, 그래도 작품 안에서는 캐릭터가 살아 있다는 믿음을 관객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 문단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주인공을 둘러싼 상징과 캐릭터를 다루는 작가의 태도는 조금 가벼운 냉소? 조소? 가 느껴졌다. 근데 이런 캐릭터들로 열심히 비주얼에 힘을 준 장면들을 굴리니까 그 비주얼도 약간 겉치레로 느껴지고 어울리지 않는, 클리셰에 그치게 여겨지니 몰입이 떨어지는 거다. (배경으로 사용된 부산의 모습 역시나) 그것까지 의도일 수는 있다. 하지만 몰입이라는 측면에서 컷의 배치와 흐름에 좀 더 ‘쪼는 맛’만 신경 썼어도 관객에게 좀 더 영화로서의 재미까지 안겨줄 수는 있었지 않았을까.


그래서 리메인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자면, 배경의 활용이라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여러모로’ 잘 즐긴 작품인 것도 있고 또 그 정서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생각하는 재미도 있지만 이 이야기가 한 명의 관객으로서 시종일관 몰입할 만 한가, 내지는 여자와 남자의 관계를 통해 보편적이면서도 인지하지 못했던, 주제를 통한 일깨움을 주는가 요런 부분에까지는 좋은 이야기로 마무리해 주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점수는 내가 인지하는 범위 내에서 붓산 뽕을 쫙 빼고 최대한 ‘냉정’하게 매긴 결과다.


여담, 아무리 냉정하게 보려 해도 그래도, 메인 테마는 참 귀에 잘 꽂힌다. 너무 때려 박는 느낌도 나지만 ㅎㅎ 그 맛에 마지막 장면도 더욱 즐길 수 있었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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