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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Oct 03. 2020

영화 #디바 이야기

숏리뷰, 스포 없습니다

영화 포스터


그러니까 2020년에 나오는 영화의 줄거리가 ‘두 명의 여자가 같은 분야에서 경쟁을 한 끝에 한 명이 질투심에…’ 운운하는 거라면 이런 부류의 이야기를 한국 텔레비전에서 엄청 많이 봤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런 뻔한 이야기 같으니라고 어쩌고 한마디 해주고 싶은 욕구가 들 수도 있다.


당연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실제 영화는 이렇게 생각할 법한 구도를 한번 비튼다. 근데 그 비튼다는 게 단순히 사실은 (예를 든다면) 착한 사람이 나빴어요 운운하는 쇼킹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뒷면처럼, 생각해 보면 당연한데 뒤집어 보니까 아 그러기에 이런 감정을 가지는구나로 연결되는 부분이 좋다. 즉, 그냥 짜내서 만든 이야기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이야기가 셋업 되면 몰입하게 만든다. 몰입의 주체는 신민아다. 그리고 영화가 정말로 사람을 꽝꽝 내리 치는 경험도 온전히 신민아에게 몰입할 때다. 영화가 묘사하는 ‘몰리는 여자’의 심리는 인상 깊다. 그러니까 사람이 몰리게 되면 넓은 공간에서는 작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크게 부풀러 올라 (주변 사람 기준으로) 예민하게 되어 버린다. 그런 부분을 포함하여 점점 관계 속에서 몰리는 상황과 그에 따른 변화가 잘 체감되었다.


다만 좋은 묘사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신민아에게 몰입하는 데에는 중간중간 허들이 있다. 일단 첫 번째로 영화를 ‘공포 영화스럽게 만들려는’ 묘사다. 을씨년스러운 수영장처럼 성공적인 부분도 있지만 이 영화에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믿기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인물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영화가 제시하는 트릭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영화의 서술방식. 좀 감질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니까 인물에 몰입해야 하는 이야긴데 서술 방식이 먼저 나서 버리면 몰입에도 손해이지 않는가? (그렇게 트릭이 필요할 정도로 지적 흥미를 유발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도 아닌데...) 


신민아의 연기는 어떤가. 일단 결과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연기자로서 이 영화의 역할 자체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우선 수년 묵은 깊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부터 얄팍하고 예민하게 나서는 하는 부분까지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스펙트럼이 넓다. 그리고 운동선수다 보니 신체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부분도 추가되고. 나는 뭐 신민아에 온전히 몰입했으니까 연기로는 전혀 흠잡고 싶지 않다.


운동선수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소재도 잘 쓰였다. 거기에 뒤따르는 부분까지도, 특히나 내 경험상 이 쪽은 운동계를 소재로 한다면 나올 법 한데 아직 덜 나온 것처럼 여겨져 신선하게 다가온 부분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을 따진다면, 급발진한듯한 기와 결이 ‘혹시 이야기로서 자극을 못 주면 어쩌지?’ 스런 느낌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결말은 도피적이라고 느꼈다) 그런 아쉬움은 남았다. 하지만 알맹이 부분, 승과 전이 마음에 들었고 이 부분을 통해 묘사되는 ‘몰리는 여자’를 온전히 체감하게 만드는 공력으로도 한 편의 영화로서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고 느꼈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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