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J YP Oct 21. 2020

영화 #낙엽귀근 이야기

숏리뷰,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별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한번 안 쓰다 보니 계속 미루게 됬다. 한동안 영화 이야기를 쓰지 않았었다. 그래도 짬짬히 영화는 봐 왔는데 그 중에서 이건 꼭 나중에라도 이야기로 쓰고 싶다고 느낀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은 술먹다 죽어 버린 친구의 사체를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데려다 주려고 한다. 일단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가운데 당연히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설명 시켜 주어야 할 것 같은데 영화는 아주 쿨하게 시치미 뗀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그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은 선악을 떠나 아주 왁자지껄하고 또 정확히 분량만큼의 깊이만 가진 얄팍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보면 무대뽀로 밀고 나가는 코미디 영화 같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그렇지 않다. 이야기 내내 사람을 몰입하게 만들고 또 뻔한 이야기지만 궁극에는 진짜로 커다란 울림을 준다. 우선 기본적으로 영화 진행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코미디를 뿌릴까에 대한 감이 좋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기본기에서 일단 합격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여정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이 대부분 얄팍한 건 사실이지만 거기에는 명쾌한 논리가 있다. 짧은 순간 서로 엇갈릴 수밖에 없는 인연 속에서 선의든 악의든 자신의 ‘본’ 모습을 꺼내 놓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찰나의 인연이 다양한 상황 속에 오고 가면서 만남과 헤어짐이 일어나는 배경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초반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영화가 일반적인 도시 -> 시골 여정의 이야기들 처럼 ‘도시’의 삭막한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목적지인 ‘시골’로 향할수록 ‘착한’사람들의 인정어린 도움을 받으며 나아가는 휴먼감동스토리로 이어질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도시던 시골이던 등 쳐먹을 사람은 쳐먹는거고 오히려 주인공에게 금전적인 도움이 된건 도시 사람들의 ‘찰나의 동정’ 덕분이었다.


즉 나오는 사람들이 얄팍한것이지 영화의 만듦새가 얄팍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 인간에게 주어진 배경과 인간성을 이해하는 태도가 단순히 이분법에 매몰되지 않았기에 속히 뻔히 들여다 보이는 얄팍함이 아니라 관객의 페이스에 따라서 적절히 뒷 이야기를 상상하고픈 여운이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도 영화가 대단하게 여겨진 것은 중국이라는 배경을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도 중국에 대해 아주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개방 개혁 정책 이후 중국 전역에서 도시화가 압축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라는 점만 알고 있었는데 그것 만으로도 군데군데 등장하는 장면 들에서 보편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힘의 방향은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 그러니까 죽은 사람을 위하는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사실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미소짓는 교훈, 그 극적인 반전을 뒤집어 전달하는 과정이 정말 대단하게 여겨졌다. 그 교훈을 세우기 위함이라면 심지어 최초의 설정이었던 ‘친구의 육신을 가족에게 데려다주기’에서 빗나가 버려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다루는 패기가 ㅎㄷㄷ 했다. (보통 이렇게 유니크한 설정으로 틀을 잡으면 여기서 다른길을 생각하기가 정말 어려운데 개의치 않아 버리니까)


마지막 대사 한 마디 까지도 중국이라는 배경을 꽉 채워 활용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런 배경 속에서도 보편적인 감동을 끌어낸 좋은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싶었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작가의 이전글 영화 #담보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