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랜드 이야기

숏리뷰, 내용을 언급하는 직접적인 스포없습니다

영화 포스터

제라드 버틀러는 거의 10년도 더된 영화 300의 몸짱 마초 이미지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이 아재의 이미지가 어떻게 변형(?)되는지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2020년의 시각을 반영하고자 노력한 재난 영화로서 차별화된 점들이 보였다. 디지털 기기의 활용이라는 기본적인 업데이트에서부터 캐릭터로 보자면 가족의 일을 다루는 시각이 그렇다. 가령, 제라드 버틀러가 이 영화에서 용맹한 리더이자 ‘가장’으로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최대한 절제되어 있다.

그러한 ‘절제’는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을 다루는 시각에서도 드러날 뿐더러 무엇보다도 영화 자체가 재난을 그리는 방향에서도 빡빡하게 적용되어 있다. 그 빡빡함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저런 상황에서 마저도 저정도로 얌전하게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긴 했다. 뭐 오히려 감당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아예 체념할 것 같기도 하고…

‘곤조’가 있는 영화다. 시작부터 선굵은 명제가 주어지고 영화 끝까지 가족의 여정은 이 명제에 대한 시험과 해답으로 이어진다. 정면승부가 느껴지는 호방함이 있다. 늘어지는 부분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대신 이것저것 끌어다 써서 산만하게 여겨지는 부분은 없다.

이러한 곤조는 영화 속 인간, 이를 넘어 인간들의 세계를 대하는 태도에도 드러난다. 그러니까 참 ‘나쁜 사람’이 거의 안 나오는 영화다. 대부분의 인간들을 어떤 하한선 아래로 끌어내리는 경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설사 하한선에 근접해도 대부분 변명의 여지를 적어 준다. 영화의 짜릿함 중 상당 부분은 그러한 보통 사람들 중에서 특출나게 영웅적인 인물들의 행동에서 온다. 그런 부분이 좀 낮간지럽고 위선적으로 여겨 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을 보건데, 적어도 영화에서 드러난 부분만 보자면 그것이 면피용 위선에만 머물지는 않는다는게 내 생각이다. 영화 마지막에 가면 가족의 행복한 모습이 플래시백으로 지나가는 연출이 나온다. 나는 영화가 거기서 끝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중간에 떡밥이 나온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거기서 더 나아간다. 

좋은 의미로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규칙을 존중하는 ‘온건보수’ 영화로서 엄청난 수준은 아니지만 (다만 영화의 인간관을 생각했을 때 때려 부수는 스펙타클을 너무 강조할 수도 없는 구조이지 않을까) 스펙타클도 겸비했으니 훈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착한 재난 영화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