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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Oct 22. 2020

영화 #언힌지드 이야기

숏리뷰,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난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영화 시작 5분 전에 봤다. 대략 훑었을 때는 당연히 이 영화에서 러셀 크로우가 ‘주인공’일 줄 알았다. 포스터에도 대문짝만 하게 나오고 크레디트에도 이름이 1 빠로 올라가니까…


근데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 러셀 크로우는 아주 xxx으로 나온다 (어느 한 글자도 필터링을 풀 수 없는…) 영화 속에서 여기에 대항하는 주인공은 이혼을 앞둔 주부로서 우연한 계기로 러셀 크로우의 원한을 사게 된다.


그 계기는 현대 사회에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그리고 가지고 있는 의미도 풍부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전개 방향과 그 소재를 통해 풀어나가고자 하는 내용의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의심이 계속 들었다.


그러니까 근본적인 문제는 러셀 크로우 그 자체다. 물론 열심히 연기하고 사람에게 불쾌한 자극을 안겨준다. 근데 그 과정이 필요 이상으로 반복적이니까 무의미한 불쾌함의 경계선까지 간다.


더 수상한 것은 그의 행동으로 인해 죽어 나가는 사람들의 배치다. 그냥 미친놈임을 드러내는 수단이면 불쾌한 자극에서 끝날 수 있었다. 근데 이야기로 봤을 때, 그가 가지고 휘두르는 살생부의 기준이 다분히 (본인이 세운 얄팍한 캐릭터를 사이에서) 작가의 가치관 아래 ‘셋업’된 모양새로 보이는 점이 의심스럽다. (감히 누나 피를 빨아먹어? 너 혼 좀 나야겠구나? 너는 그런 놈에게 빌붙어있냐? 그럼 죽어) 의도치 않은 살인은 더 한데 어떤 장면에서는 심지어 작가가 이 ‘사이코패스’를 통해 ‘이딴 식으로 굴면 죽습니다’ 같은 교훈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쓰는 것 같기도 하다.


그에 반해 각본가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영화에서 요구되는, 관객의 감정 이입을 유도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 주인공에게는 정작 어떠한 감정 이입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초반에 몇 가지 설정을 던져 주지만 그냥 ‘이 짜증 나는 놈의 세상!’ 같은 신경질을 부릴 구실 이상으로 나가지 못한다. (정작 러셀 크로우는 주인공을 더욱 싫어하게 되는 계기가 본인의 ‘이혼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명분’까지 이야기해 준다 물론 본인의 과대망상이 있다는 주석을 달아 주기는 하지만…) 영화 내내 러셀 크로우한테 끌려 다니는 거야 뭐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간다고 쳐도 결말에서 러셀 크로우를 죽이는 (뭐 당연히 이렇게 끝나지 않겠습니까…) 복수마저도 캐릭터에 대한 자유가 일절 없다. 영화 시작 직후 아무렇게나 ‘던져준’ 떡밥으로 얼렁뚱땅 마무리시켜 버리는데 이게 말이 안 되는 건 당연하고 나아가서 영화의 소재 및 주제와 아무련 연관이 없는 떡밥이라 영화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주제에 대한 진의도 의심하게 만든다. 아니, 영화 속 마지막 장면도 어이가 없다. 영화가 주인공에 최소한의 감정이입을 했다면, 클락션을 울리는 것에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주인공의 상처를 동정하는 게 우선 아닌가? ‘건방지게 클락션을 함부로 울리면 안 된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습니다’로 끝낼게 아니라!!


물론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어쨌거나 일정한 템포로 자극을 주며 관객을 보게 만드는 기본적인 공력은 갖춘 영화다. 난 이 영화의 각본가가 영화를 통해 드러낸 문제 인식과 이를 ‘꾸짖는 태도’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서 내가 쓸데없이 예민하게 군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아니면 러셀 크로우가 맨 첫 번째로 이름이 나오니까 거기에 맞는 분량을 짜내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해석하는 수도…) 하지만 최소한으로 범위를 좁혀서 영화 안에서만 해석한다 하더라도, 이 영화는 표면적인 이야기와 작가가 심어놓은 화자의 존재가 상충하는, 이율배반적인 영화로 남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섯글자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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