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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Oct 23. 2020

영화 #다시만난날들 이야기

롱리뷰,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한국 대중음악이 케이팝 열풍을 일으키면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 추이로 보면 올해 한국 가수들의 음반 판매량 총합이 역사상 가장 많은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만난 날들에서 그리는 한국 음악 신은 이러한 산업과는 동떨어져 있는, ‘인디 락’ 갬성이 충만한 세계다. 물론 영화의 어조가 ‘락스피릿!!!!! 아이돌껃여!! 힙합XX!!’으로 고래고래 소리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락에 대해 일반이 가진, 시끄러운 옛날 음악이라는 편견에 대해 온건하게 진짜 락음악의 재미를 가르쳐주는 친절한 선생님에 가깝다.


크게는 어른 주인공과 소년 주인공의 시점에서 음악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어른 주인공은 외모도 그렇고 목소리 톤도 신승훈씨가 생각나고 어린 친구도 락이라는 음악의 편견에 비한다면 아주 전위적인 음악을 선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을 살살 꼬드기며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부분은 그 흐름 자체로 솔솔 몰입하게 만든다. 그래서 보다 보면 그 신승훈씨 같은 안경 쓴 분이 관객에게 영화 내내 이야기하는 것 같다. ‘봐봐 시끄럽고 구닥다리가 아니라고, 이렇게 재미있는거야 락이라는 건… 그리고 밴드라는 건…’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연히 이 영화가 좋은 '음악' 영화가 되기 위한 필수였겠지만 음악이 좋다. 아이러니 한건 영화 초반에 성인 주인공이 소속사로부터 ‘쉽고 캐치한 음악’을 주문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의 흐름 상 아마 그 의도는 ‘음악의 상업화 씁쓸…’ 같은 메세지를 드러내는 장면이었으리라. 하지만 정작 실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음악들이 대개 한방에 잘 꽃히는, 쉽게 이해되는 좋은 음악들로 느껴졌다는거(…)


음악을 담아내는 연출의 공력도 만만찮다. 그러니까 음악이 방방 뛴다고 섣불리 들어가서 노는게 아니다. 일단 음악으로 텐션을 올릴 때까지 주인공을 사운드에 양도한다. 그리고 음악이 딱 들어와라 사인을 내리면 그 때부터 들어가서 신나게 어울리는 것이다.


이야기는 일부러라는 생각이 들 만큼 원형적이고 거의 락밴드를 다룬 영화들에서 제일 많이 이야기했을 소재 1위 2위만 뽑아서 병렬 배치한 느낌이다(…) 그래서 말이 된다거나 이야기만으로 감흥을 주는 부분은 일절 없는데 어차피 음악이 주인공인 영화니까 너무 나서지 않는 선에서 기본적인 역할만 하는 수준인 것으로 이해했다.


근데 뭐 이야기 자체가 ‘원형적’인건 그렇다 쳐도 소년쪽 같은 경우는 그...뭐랄까 아재가 소년 캐릭터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요새 얼라니까 유행어를 많이 쓰겠지?’ 같은 생각으로 집어넣은 대사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시도때도 없이 무슨 대사를 칠 때 마다. ‘ㅇㅈ’, ‘ㅈㅈ’, ‘ㅇㅉ’ 등등 내가 아는 한도의 급식체가 총동원되는데 그 때마다 신승훈씨가 초딩체를 입에 외면서 각본을 쓰는 모습이 계속 생각났다.


이것 까지는 귀여운 구석도 있다 볼 수 있는데 사실 더 신경쓰이는건 어른 주인공 입장에서 묘사된 락 이외의 한국 음악 신에 대한 묘사다. 솔직히 힙합에 대한 열폭(…)은 뭐 한국 대중 음악의 헤게모니가 힙합으로 넘어가서 장기집권한지가 꽤 되니까 소수당인 락당파의 일원으로서 질시하는 마음이 들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본인의 갈등 계기가 되는 상업 음악계에 대한 묘사는 그 낡은 접근 방식이 걸린다. 그러니까 서두의 문단에서 ‘소리치지 않는’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사실 소리만 치지 않았다 뿐이지 이야기하려는 내용은 별로 다르지 않게 여겨지는 것이다. 현대 한국 대중음악신이 비판받을 점이 있을 지언정 그 대상에 대한 묘사가 2020년 시점에서 ‘탑 가수를 보유한, 좋은 음악에 대한 안목을 갖춘 기획사’ 기준으로는 터무니없이 얄팍한 것은 설정의 힘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대중음악신이 추구하는 작업 스타일이 진짜로 영화 속 주인공이 추구하는 '락밴드' 스타일과 상충되는 것일까? 어린 주인공에게 밴드의 가장 큰 즐거움은 같이 맞춰 나가는 순간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그런 점에서 보면 오히려 k팝 이후 현대 한국의 대중음악신이야 말로 음악 작업 전반의 협업과 소통이 중요시되는 흐름에 있지 않는가?


근데 뭐 이런 생각들을 주절주절 나열했지만서도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생각이 이어져 들 만큼 요 파트가 쓸데없이 영화 후반부 비중을 많이 차지했다는 점이다. 솔직히 어떻게 끝날지 다 알겠는데 막판에는 그래서 ‘아 제발 그냥 노래 점…’ 생각에 까지 이르고...


그런 갑갑함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다시만난날들은 좋은 음악 영화다. 첫번째도, 두번째도 일단 음악이 좋고 진짜로 락 음악을, 그리고 락밴드를 사랑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연출과 구성이 기억에 남는다.


여담, 드디어 여기 올린 백번째 글이다!



<다섯글자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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