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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Oct 26. 2020

영화 #포드대페라리 이야기

숏리뷰, 캐릭터 설정에 대한 언급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2019년 개인 SNS에 올린 글을 옮겨 싣습니다)


포드 대 페라리의 흥행 예측이 어둡다. 미국 현지에서도 그렇고 우리 나라에서도 아마 내일 쥬만지가 개봉하는대로 관을 많이 내리게 될 것 같다. CGV 골든에그 기준으로는 호평 일색이지만 흥행에 불을 지피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하긴 나도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반신반의 했다. 일단 너무 길었고 (2시간 반) 차덕후도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난 차를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영화에 오히려 장벽을 쌓은 관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왠걸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포드 대 페라리는 멋진 영화다. 하나의 감정을 극한으로 밀어 붙인다기 보다는 와이드하게 펼쳐보이며 고요하게 울리는 장엄함이랄까 그런 감정을 생각하게 만든다. 헐리웃 영화에서 재미를 떠나 이런 키워드를 느낀 경험은 흔치 않았다. 슈퍼히어로 기원담이나 설정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판타지 세계관이 아님에도 2시간 30분간 ‘펼쳐 보이는’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멋진 영화에는 영화 안의 어떤 요소로 거의 들어맞게 비유될 수 있는 그런 포인트가 있었던 것 같다. 반대로 내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기어이 이어붙이는 걸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는 주인공의 아들내미가 아빠한테 이런 내용의 질문을 한다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 있는데 트렉 옆에서 작게 흔들어대는 칠판에 글자가 보이냐’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거기에 주인공은 ‘빠르게 달리는 상황에서는 시야가 와이드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옆쪽으로 흘러가는 글자가 잘 보인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 했던 것 같다. 굳이 이 비유를 끌어들여 영화의 구조를 풀어 보자면 영화에 탑승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주인공의 질주를 느끼면서 그의 주변에 흘러가는 서사를 적당한 속도감으로 즐기다 보니 두시간 삼십분이 그야말로 뚝딱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런 와이드한 시야는 인물을 의도가 드러나게끔 고정하지 않고 아마도 굳건한 설정을 기반으로 하되 일류 각본가의 모에함을 살짝 섞었을 캐릭터의 성격들을 풀어놓는 데서 느낄 수 있다. 공통점과 대비점으로 끊임없이 서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두 주인공은 당연히 매력덩어리 리스트에 들어가야 겠지만 나는 포드 2세 회장님에도 한표 주겠다. ‘마! 내가 느그들을 짤라서는 안되는 이유를 말해바라!’ 윽박지르다가도 심플하게 ‘지리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또 유치하고 속물적인 인간이기도 한 이 인물은 선악을 떠나 (이영화의 인상적인 인물이 으레 그렇듯) 극중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그깟 레이싱에서 1등하는걸 가지고 세계대전 비유까지 가면서 미국 VS 유럽 연설을 하는 모습에서는 ‘나이먹어도 남자란 ㅉㅉ’ 하는 구석이 있으면서도 그래도 그 비장함이랄까 일순 장엄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이 영화의 많은 미덕들 중에서도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가장 좋은 예로서 수렴한다고 말하고 싶다. 분명 영화는 메시지가 있지만 이를 캐릭터로 전시하지 않는다. 두 주인공에 대한 순수함을 지키지만 위인전같이 딱딱하게 두지는 않는다. 이런 매력적인 두 주인공상에는 60년대 자동차산업이라는 배경이 변호해주는 옛날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한편으로는 그러한 로망이 지닌 유치해 보이는 일면까지 ‘와이드’한 시야에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는 점에서 ‘꼰대’영화로 격하되는 단계로는 내려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캐릭터로 무리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확한 방향으로 / 골인 할 수 있을 만큼의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에너지를 / 컨트롤 하는 운전수까지 갖추어야 성공하는 것이다. 이 영화처럼 멋진 레이스를 마치기 위해서는...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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