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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Oct 28. 2020

영화 #수상한이웃 이야기

롱리뷰,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2019년 개인 SNS에 작성한 리뷰를 옮겨서 올립니다)


(원래는 브런치에 이 영화 이야기를 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일단 몇 차례 이야기 했듯이 한국 사람이 한국영화를 비난하는 것은 아무래도 긴장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런치가 한국 영화를 비난하는 글을 카톡에 올려서 구독을 유도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기에 지나치게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을 수정하여 올리게 되었다.)


나쁜 영화를 까는 것도 사실 귀찮은 일이다. 구린건 그냥 구리고 구린 이유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영화의 리뷰를 굳이 쓰는 것은 숏 리뷰에서 상세판을 올리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그것을 신경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완성도를 떠나 (물론 완성도도...) 이 영화를 보는 시간 내내 받은 스트레스의 양은 올해 본 영화 중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진지하게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자는 단 한명도 없다. 모든 학생 (초중고 다 통틀어서) 들은 하나같이 이지메하는자/이지메당하는자 의 이분법으로만 존재하며 아저씨들은 하나같이 ‘개X씨’로 존재하고 아줌마들은 모조리 ‘맘X’이다.


윗글이 신경질적으로 읽히는가?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을 다루는 톤이 딱 그렇다. 길가다 눈만 마주쳐도 네가 길고양이한테 밥을 줬니 왜 공원에서 음악을 크게 트니 하나같이 독이 바짝 오른 싸움닭들밖에 없다. 더욱 소름 끼치는 점은 이 영화의 ‘주인공’ 격으로 설정된 거지와 소녀 캐릭터들도 이들을 다루는 방식 때문에 등장한 지 5분 만에 관객들의 정나미를 뚝 떨어지게 만들어 버린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각본가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정상적인’ 사람을 등장시킬 의도가 없었던 걸까? 


어쩐지 인간 전반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와중에도 성차별은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쭉 나열한 후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어느 쪽이 또라이로 다뤄진 비중이 높냐 하면 무난히 후자 쪽이다.


반면 영화의 의도와는 달리 관객에게 혐오감을 주는 캐릭터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이쪽은 하나같이 남성이다. 즉, 이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이 어느 쪽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 자주 서는가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 영화에는 명퇴당한 아저씨 한 분이 등장하는데 영화는 이 사람을 ‘가정을 위해 일해왔지만 보답받지 못하는 가장’ 이자 ‘표현하지 않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로 포장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 이 아재는 여자 친구와의 관계 개선을 고민하는 청년에게 ‘흔들리는 여자를 잡으려면 덮치고 봐야’ 운운하는 개X씨로 비칠 뿐이다.


물론 모든 캐릭터가 이렇게 난장판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일단 영화의 의도는 각자의 계기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각본의 '의도'이고 이게 관객 입장에서 와 닿았느냐 하면 그건 또 그거대로 문제다. 짜증을 부릴 때 발휘된 소름 끼치는 에너지는 온데간데없고 정작 캐릭터의 개심 과정은 어처구니없어서 웃기기까지 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캐릭터들이 각자 마주한 진실 앞에서 죄를 뉘우치는 계기가 하나같이 ‘아버지’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 또한 여성 혐오의 관점에서 본다면 깊이 있는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의 스토리 배경이 되는 연쇄 납치 (아마도) 살인마 이야기도 기가 막히다. 일단 이 영화의 메인(?)인 짜증스러운 분위기와 하나도 안 어우러지고 사건의 해결도 영화 끝나기 5분 전에 갑자기 등장한 범인 앞에 주인공이 나타나 (오지호가 거지 행세를 한 게 잠복 형사여서 그랬단다) 거의 플래시맨 수준으로 해치워 버린다. 더 어이없는 건 이 사건을 대하는 등장인물의 태도인데 이 ‘동네’에 최소 3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납치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이 동네 사람들은 이 사태를 마치 옆집 청년이 핸드폰을 떨군 정도로 생각 하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보통의 영화 캐릭터 배분을 완전히 무시한 타이밍에 뜬금없이 잘생긴 청년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청년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여성들이 코피를 흘리고... 열광하는 광경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당연히 이야기 구성의 기본 상식이 있는 관객이라면 이 청년이 결국은 범인으로 나타나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여성이 어떤 존재로 표현되는지는 말해야 입 아프겠지... 


캐릭터, 특히 여성을 보는 이러한 시선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녀가 자신의 어머니와 그녀를 납치 살인범으로부터 구해준 형사 아저씨와의 데이트를 강제… 주선하며 남긴 말이 왠지 섬뜩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대충 '은혜를 입었으니 보답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던 걸로)


이 영화의 구성에 이러한 짜증을 보완할 뭔가가 있는가? 기억에 남는 카메라 워크? 배경음악? 그런 게 생각나지도 않고 있다 하더라도 엄청난 짜증 에너지에 묻혔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 영화의 가치는 미디어에 등장한 여성 혐오의 분석 대상으로서만 존재할 것 같다. 너무나 노골적이기에 어떻게 보면 나름의 가치를 가지게 되어 버린 교보재로써.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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