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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Oct 28. 2020

영화 #나의이름 이야기

롱리뷰,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내가 가진 글의 알량한 힘을 뽐내고자 하는 마음을 참지 못해 브런치에 게시하는 영화 이야기의 끝에 점수를 매기고 있다. 점수를 매기면서 나 스스로 영화에 대해 가진 전반적인 인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 과정에서 점수가 바뀌거나 반대로 내용을 점수에 맞추거나 하는 식으로 퇴고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의 점수를 계산하면서 내가 작품에게 너무 부당한 스코어를 매기는 게 아닌가 찝찝한 마음이 일기도 했다. 일단 기술적으로는 이영화 나 이영화처럼 기본적인 사운드 디렉팅도 이루어지지 않아 귀를 막으면서 영화를 봐야 하는(?) 허접한 역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아니다.


그러면 내용은 어떤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엔 터무니없이 얄팍하지만은 적어도 (이 영화 이야기를 올리면서 비로소 리뷰를 올리기로 결심한) 이영화처럼 반인륜적인 사상이 드러나는 불쾌함을 흩뿌리는 영화도 아니다. 심지어 사악함은 결여될지언정 이영화처럼 분노와 혐오로 범벅된, 작가의 비명이 캐릭터의 넋을 앗아간 영화라고 할 수도 없다.


게다가 심지어, 재미가 없냐면 사실 그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보는게고통’이라는 표현도 사실은 맞지 않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난 이 영화에 대해 어떠한 점수도 줄 수가 없었다. 


이 영화의 남성 주인공은 천재 화가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이 네 글자 외에 설명할 다른 건더기가 없다. 그의 그림만 보면 자동반사적으로 ‘오오오 이런 천재가?’ 멘트가 뚝딱 나온단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투명드래곤 천재 오부 천재다.


여성 주인공은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미술관 부관장으로 영화 시작한 지 10분 만에 런닝맨에서 맹활약 중인 전소민 배우가 모든 진상을 셀프로 줄줄줄 읊어 주니 상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여주인공의 엄마는 ‘시어머니’고 ‘과묵한 보디가드’ 역할인 삼촌까지 주요 캐릭터 4명이 다 모였다. 보통의 관객이라면 아주 뻔해 보이는 시작이지만 그래도, 그래도 영화 속에서 이들이 만나고 이루어가는 어떤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12000원에 걸맞은 응당한 기대를 가질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이 영화에는 어떠한 이야기도 없다. ‘불치병 걸린 청순가련 여주’와 ‘날라리 천재화가’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이 영화에서 나오는 상황과 대사는 두 단어의 조합을 통해 나올 법한 상황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리가 들리고 배우들이 움직이지만 이건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두 개의 구슬을 부딪혔을 때 나는 파열음과 그에 따른 반사작용이다. 


그나마 캐릭터 설정이 된 인물들의 활용이 이 정도고 그렇지 않은 캐릭터들은 그때그때 다른 영혼을 씌워 놓은 마냥 멋대로다. 남주의 구 여자 친구 캐릭터가 대표적으로 미스터 주의 배정남과 함께 배우에게 미안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자극하기 위한 변곡점은 있다. 그러니까 단지 다른 방향으로 ‘자극’ 하기 위해 존재한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이 어릴 적 같은 병원에서 입원했던 ‘운명의 연인’이었단다. 알겠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으로, 이 영화 속에서 벌어진 일이 여자 주인공이 벌인 빅픽쳐였단다. 음… 그래서 뭐가 달라진다는 거지? 비어 있는 페이지인데 5 페이지면 어떻고 50 페이지면 어떠한가. (그리고 이 영화가 왜 액자 구조인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그냥저냥 캐릭터를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잇는 테크닉은 상업 영화로서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를 받쳐 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태도야 말로 이 ‘영혼 없는’ 이야기를 투명하게 담아내는 그릇 같아 보인다.


스크린 속에 살아 숨 쉬는 것들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래도 관객은 그 안에서 진짜 감흥을 얻어 가길 원한다. 만드는 사람들이 모두 동의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진 콘텐츠라면 어쨌거나 각각의 부위가 이어진 전체적인 판을 감상할 수 있다. 설사 요소들이 분열하고 싸울 지언정 그 과정을 상상하거나 한쪽의 편을 들 여지는 있다. 이 영화에는 그것이 없다. 음악은 그저 들려줄 뿐이고 대사는 말에 불과하고 카메라는 그냥 찍고 있는 가운데 배우는 단지 연기를 할 뿐이다. 


때문에 난 이 영화의 종합적인 감상을 짜 내리기 위해 나름 궁리했지만 부족한 내 머리로는 이 영화에 대해 점수를 매길 수 있을 그 어떤 것도,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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