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스포일러 없습니다
꾀돌이 주인공이 독특한 팀원들과 의기투합하여 사이다 액션을 벌이는 영화. 스포일러라기도 힘든 이 요약이 그대로 들어맞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아닌 구석이 몇 군데 있다. 그 아닌 구석까지도 의외다.
일단 이 영화는 ‘팀워크’가 돋보이는 영화가 전혀 아니다. 스크린에 나오는 비중으로 보나 이야기의 서사로 보나 철저히 이제훈 중심의 이야기이고 다른 배우들은 각본의 쓰임새에 맞게 고정되어 있다. 이게 생각보다 너무 심해서 각본이 배우를 너무 얽맨다고 해야 하나 매정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예시가 조우진 배우의 역할로, 정확히 임원희 배우가 나오기 직전까지 ‘코믹 조연’ 역할을 맡아 분위기 전환을 시켜주다가 임원희 배우가 나오는 순간부터 그 몫을 바통터치해 준 후 귀신같이 존재감이 줄어든다. 물론 임원희 배우의 역할도 근본적으로는 조우진 배우가 맡은 역과 다를 바 없고 다른 조연들도 분배받은 몫 이상을 넘을 생각이 없다.
그렇다 해서 이제훈 배우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감흥을 건드리는 구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말에서 던저주는 떡밥에서도 2020년 기준으로는 진지하게 가치를 우려낼 만한 깊이는 없다.
다만 영화의 구조로 볼 때 ‘어떤 흐름을 통해 관객을 땅굴 속으로 몰입시킬까’라는 부분에서는 잘 통제가 돼 있고 좋은 의미로 편견을 깬 부분들이 보였다.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영점을 잡고 조준하는 것이다. 보통 돈이 좀 들어간 영화라면 가까운 곳에서부터 (돈이 많이 들어가고) 먼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이야기를 벌크업 시키겠지 막연하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도굴이 주는 이미지, 파고 들어가는 장면을 클라이맥스로 만들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한다. 이러한 구조가 개인적으로는 소재가 지닌 속성에 어울렸다고 생각했다.
그런 흐름을 통해 영화 속으로 사람들을 쪼이게 만드는 매력은 갖추었지만 그 이외에는 술렁술렁 넘어간다. 뻔히 PC하지 않은 부분들도 그냥 술렁술렁 대사의 질도 그렇다. 이제훈은 주인공인 죄로 종종 AI 봇 내레이터 역할을 맡게 되는데 (특히 중반부 보물 검 설명 부분이 압권) 내용만 보면 번역기가 생각나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오로지 이제훈 배우의 톤과 제스처 덕분에 영상으로 볼 때에는 캐릭터의 행동 같은 마법이 펼쳐진다. 어떤 의미로는 노린 캐스팅, 혼신의 연기(?)
마찬가지로 여자 주인공인 죄로(…) 그 몫을 나눠 가지는 신혜선 배우도 분투하지만 아무래도 이제훈 배우만큼 능글맞게 넘기지는 못한 것 같다. (물론 결백에서 잘 하신걸 보면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굴은 딱딱 떨어지는 이야기의 재미도, 다양한 캐릭터가 어우러지는 인물들의 매력이 풍부한 영화도 아니다. 그저 소재가 주는 이미지와 이를 위한 영화의 구성을 통해 관객들을 조준하는 역할에 족한 것 같다. 영혼 없는 액션 영화? 굳이 이야기하자면 그런 편이지만 영화를 만든 사람들도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알지 않았을까.
여담, 그래도 임원희 배우 비중이 조금은 더 있을 줄 알았다. 이유는 순전히 런닝맨에 이제훈 배우랑 같이 나왔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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