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스포일러 없습니다
옳은 말이라 해도 어디서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올곧은 사람이라며 칭송받기도, 입바른 소리나 한다며 질시받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맞말’을 만드는 것엔 내용도 내용이지만 누가, 어디서, 어떤 표현을 하는가 같은 부분도 상당히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억압된 주인공들이 올바른 선택을 통해 자신들에게 주어진 난관을 극복하는 이야기인데 일단 그런 내러티브 자체가 뻔해서 지루할 것 같다고 여긴다던가 아니면 더 나아가서 주인공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가 이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법에 대단한 테크닉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섞는다거나 선악의 판을 완전히 뒤엎는다거나 그런 자극에 몰두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강조하기 위해 심어둔 설정도 익숙한, 예상 가능한 지점에 있다.
그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서 있는 위치 선정,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덕목을 나는 위치 선정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시대적 배경 그리고 캐릭터를 세워둔 공간적 배경, 영화는 올곧은 카타르시스를 보편적으로 이야기하기 좋은 위치를 스스로 찾아냈다. 이러한 위치 선정은 비단 영화 내적인 요소에 그치지 않는다. 작년 말부터 진행된 9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재조명도 영화의 시대 배경에 낙천적인 버프를 씌워 준다.
그리고 영화는 그 위치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선명하고 호감 가는 인물들, 훅 들어오는 뾰족한 디테일, 이야기의 자극도 스스로의 위치를 알고 무리하지 않는 선 안에서 통제되어 있다. 사실 선을 안 넘고 자극을 주려는 부분이 좀 오그라드는 부분에 미치기도 했지만 추구하는 방향의 일관성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납득하고 그 지점까지 즐길 수 있었다.
온몸을 전율하면서 감상하게 되는 그런 작품은 아니다. 약간 비틀어 이야기하자면, 두 눈 안에 머물고 그만큼의 감흥을 얻어 가는 작품이다. 그 안전함이 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 편의 영상물로서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고집, 일관성을 갖춘 이 ‘착한 영화’는 단언컨대, 2020년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화’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 IPTV로도 나왔으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추천하고 싶다.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