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는 내가 점수를 매기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시작한 지 30분이나 지나서 영화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선 순수하게 감상만...
처음 입장했을 때 내용이 주인공이 카메라를 팔려고 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다가 포기하고 어떤 다큐멘터리를 찍는 내용으로 가는데 다큐멘터리 내용도 내용이지만 여기까지는 영상물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된, 약간의 메타적인 요소가 포함된 흐름으로 가는 줄 알았다.
근데 그 이후 이야기가 뭐랄까 좀 산만하다고 해야 하나 이쪽저쪽 다 건드린다. 일단 영화 속에서 진행되는 영상물 프로젝트는 크게 두건으로, 하나는 입양아의 부모 찾기, 하나는 노동쟁의 건이다. 관계가 없지는 않은데 분위기도 많이 다르고 거기에 주인공 남녀의 개인적인 고민도 들어가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 둘이 주인공 아니랄까 봐 썸도 타야 되고. (막판에는 한 커플 더 등장한다. 본격 염장 영화?)
제목도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마지막에 설명되기는 하지만 그게 영화를 포괄하는 제목 같아 보이지도 않고 일단 처음엔 외국 영화인 줄 알았다 왠지 외화 번역삘나서?
그러니까 이야기의 흐름이나 얼기설기 얽힌 내용만 보면 엄청 산만할 것 같은데 반전은, 난 이 영화를 썩 재미있게 봤다는 것이다. 일단 이야기가 뚝뚝 끊기고 와리가리 해도 보는 중에는 그냥저냥 쑥쑥 들어왔다. 크게는 두 가지 이유였다. 일단은 콘텐츠를 직접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메타적인 요소로 하나의 창을 덧씌운 부분에서 덕을 봤다. 특히 입양아의 부모 찾기는 영화 속에서 비중 대로라면 진짜로 뻔한 이야기밖에 나올 구석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 커플의 시선이 한 겹 씌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영화 자체가 그 뻔함과 거리를 둘 여유가 생겼다.
두 번째 이유는 글로만 봤을 때 산만해 보이는 이야기의 흐름을 읊는 카메라의 테크닉이다. 어느 타이밍에 어떤 파트 이야기를 집어넣을까 편집도 적절한 자극점으로 잘 넣었고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잘 찍었다’. 두 번째 커플이 드러나는 염장 시퀀스라던가 특히 입양아의 어머니와 대면하는 클라이맥스 부분은 잘해야 본전일 수밖에 없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톤 안에서 깔끔하게 해 냈다.
하긴 영상물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찍는 영화인데 정작 자기가 카메라를 못 다뤄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이 영화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내용을 매듭지었다기 보다는 카메라로 훑으면서 읊는, 가벼운 촬영 뽕(?)이 섞인 은은한 넋두리처럼 여겨졌다. 뭐 보기에 좋으면 좋은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