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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an 31. 2020

영화 #레드슈즈 이야기

롱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레드슈즈는 2019년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 가장 시기 운이 없었던 영화로 기억한다. 관객평가가 좋아서 이례적으로 관객점유율이 높은 편이었지만 여름 블록버스터들이 속속 개봉되는 와중에 그나마 얼마 안되던 관마저 뺏겨 버리고 채 한 달을 못 가 종료 수순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중 한쪽이 배급사였다면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었을까?


작품의 완성도로 이야기하자면 나도 제작진들에게 동정이 간다. 왜냐하면 레드슈즈는 애니매이션으로서 딱히 단점을 찝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동화의 재해석은 동화 속 빌런 역할에 그쳤던 마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까지 나올 정도로 활발히 이루어 졌지만 여전히 어디선가 본듯한 동화와 설정을 엮여 호기심 가는 이야기를 재창조해낸 솜씨는 칭찬하고 싶다.

사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좋게 느껴진 점은 각본이 지닌 ‘가성비’의 미덕이다. 꽃보다 남자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외모 지상주의 7왕자의 캐릭터성을 구현하는 작업에서 3명은 메카닉 형제 개념으로 퉁치고 주역 캐릭터들은 아서왕 이야기에서 차용했다. 메인 스토리는 신데렐라 베이스에 제목이 이야기하듯 빨간구두 설정을 섞고 어조는 약간 슈렉같은... 말하고 보니 다 어디선가 선보인것 같지만 이미 있는 재료로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특히 이러한 ‘가성비’는 액션 장면의 구성에서 돋보인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자신의 특기를 교차로 선보이는 대규모 전투신은 없다. 이 영화의 액션 장면들은 철저히 액션의 메인이 되는 대상에 종속되어 있다. 심지어 스크린에 등장하는 인물의 비중도 메인이 되는 멀린 (그런데 이캐릭터는 검은 머리에 ‘부적’을 쓴다 한국 제작진의 윙크가 엿보이는 부분?) 과 주인공 신데렐라가 압도적이다. 물론 스토리적으로는 당위성이 있다. 두 사람의 감정 교류가 주제를 온전히 만드는데 필수적이니까. 덤으로 액션신의 구성과 여러 캐릭터들을 그리는데 필요한 자본도 아낄 수 있고...

그래서 난 이 애니의 각본이 각본가에게 좋은 ‘교재’ 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헐리웃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니까. 하지만 그런 교육적인 의미를 떠나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온전히 이야기에 몰입했는가는 다른 문제다. 애니매이션이기에 가능한, 말하자면 ‘그림보는 재미’가 이상할 정도로 이 영화엔 부족했다.


비교 대상으로 이야기 하자면,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마이펫의 이중생활2’ 는 이야기의 당위성과 주제 면에서는 이쪽과 비교했을때 파탄 수준이었다. 하지만 어쨋든 장면장면 펫을 활용한 상상력이 나를 여러번 웃게 했고 결과적으로는 나에게 즐거운 경험으로 남게 되었다. 그에 반해 이쪽은 한발 물러 서서 동화를 비트는 과정을 제법인데 라고 생각하며 즐기긴 했지만서도 진짜로 주연들에게 감정이입하거나 스크린에 비춰지는 장면 자체를 즐기지는 못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동화의 주역에 요구되는 외모를 비틀어 해석하는 시도 자체가 이미 20년전 슈렉에서 선보인 주제니까 자꾸 비교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순수하게’ 작품을 받아 들이기엔 너무 자라 바린 것이 문제일까?

물론 이런 푸념에도 불구하고 서두를 다시 인용하자면 이 영화는 한국 애니매이션의 쾌거라고 불릴 만한 좋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모든 면에서 명작이라 불릴 작품에서 딱 85% 정도에 맞춰 채운 ‘우수작’처럼 느껴졌다. 똑똑하고 어디한곳 빠지지 않지만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FEEL은 부족한 모범생 같은...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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