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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an 27. 2020

나의 영화 이야기

공포의 묘지 - 원초적인 소재로 나를 사로잡다

(스포일러 유)


어벤저스가 지금처럼 한국 박스 오피스를 초토화 시키기 전에 나름의 빈집을 노리고 한국 시장에 개봉한 영화들이 제법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생일’정도를 제외하고는 다들 힘을 쓰지 못했다.


물론 그 영화들이 전부 형편없어서 한국 관객들에게 외면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아트하우스 관에서 개봉된 ‘작은’ 영화들이 안겨준 감동도 기억에 남지만 어벤저스 앞에 소개된 ‘샤잠’과 ‘헬보이’라는 두 슈퍼히어로 영화들도 재미있게 봤었다. 이 두 영화에 대해서는 조만간 묶어서 글을 쓸 수도 있으니 상세한 언급은 낭비겠지만... 도발적인 멘트로 이 단락을 마무리 짓자면, 만약 내가 MCU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다면 ‘엔드게임’보다도 더 재미있게 이 두영화를 감상했을 것이다.


서두가 길었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영화 공포의 묘지 또한 이번 달에 손꼽힐정도로 인상깊게 본 영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오로지 마음에 쏙 들었던 한가지는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딜레마였다. 자식이 죽었다. 만약 당신이 죽은 자식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어떤 대가를 치루어서라도... 이 딜레마가 나에게 주는 감정이 너무 커서 영화 내내 여기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사실 영화속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인데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할지 시작부터 뻔히 보였고 아니나다를까 주인공이 그 예상된 길을 고대로 따라 가는게 눈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서가 거역 불가능한 원초적인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과장하자면 가위에 눌린 것처럼 벗어날 수 없는 갑갑함과 그로인한 안타까움. 이 지옥문을 연 장본인이 주인공이고 주인공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갑갑함은 배가 되는데 그 갑갑함때문에 폐쇄적인 공포가 중첩되는 것이다.


물론 원초적인 소재를 쥐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성의있게 풀어 해치지 않으면 대충 본 일일드라마처럼 영혼없는 패러디같이 느껴 질 것이다. 다행히 이 영화는 적어도 그 소재를 뒷받침할 정도의 완성도는 지니고 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라던가 디테일한 동기 부여 같은 부분들. 다만 기술적인 서포트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닌데 편집은 헐리웃 주류 영화 치고는 거친 편이라 장면장면이 휙휙 넘어가는 점들이 눈에 띄였고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좀더 관객을 쪼리게 할 수 있는데 뭔가 거기에 도달하기엔 자극이 부족해 보이는 느낌이 몇 번 들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다. 앞서 동기 부여에 대해 잠깐 이야기 했는데 영화 속에서 캐릭터들의 동기는 대체로 잘 ‘설명’된 편이다. 다시 말하자면 캐릭터들의 대사로 이해할 수는 있는데 영상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납득되게끔 구성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부분에서 각색임을 몰라도 각색물이구나 싶었던 티가 났다.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은 영화의 결말에서도 느껴진다. 결말 부분을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사실 살생부를 적어 내려가는 각본가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잘 짜맞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죽은 자가 산자를 죽음의 굴레에 끌어 들이는 과정에는 동기도 있고 이에 대한 영화 속 복선 장면들도 적절히 삽입된 것 같다. 하지만 이 결말은 영화가 나를 가둬둔 공포의 무게와 동떨어져 있었다. 앞서 이야기 했듯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모두 주인공의 의지가 반영된 행위와 관련되어 있고 주인공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 결말의 파국도 따지고 보면 주인공의 행동에서 촉발된 것은 맞지만 주인공의 의지로 불러일으킨 지옥의 연장이라기 보다는 그 지옥을 불러 일으킨데에 대해 각본가가 내리는 단죄에 가깝기 때문에 주인공으로부터 갑작스러우면서도 생경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귀신의 집을 지나던 수레가 난데없이 하늘위로 솟아오른 롤러코스터 트랙을 질주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이러한 전개는 더욱이 영화가 끝난 후 주인공과 영화 전체적인 정서를 갑분싸시켜 버린다. 분명 플룻 상으로는 주인공에 대한 단죄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는 상황이니 주인공이 닥친 딜레마에 몰입하며 쏟아부은 정서는 갈 길을 잃어 버리고 만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원작은 결말 부분이 상당히 다르다. 아니나 다를까 원작이 주인공을 다루는 방식이 이쪽보다는 이야기를 다루는 태도적인 측면에서 훨씬 일관성이 있어 보였다.


원작의 정서와 영상을 통해 불쑥 튀어나오는 이야기가 충돌하며 뭔가 계산이 어그러져버리는 바람에 주제의 일관성을 갖춘 좋은 영화라 하기엔 아쉬운 모양새가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영화에 대해 전체적으로 좋은 감상을 지니고 있다. 첫째로는 비록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각각의 부분에서 보여 준 성취다. 그 결말 이전까지 주인공을 가둬놓은 공포는 단순히 끔찍한 화면 -> 꺄악 에 머물지않고 (자극적인 장면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설정에 못박힌 자의 고통을 베이스로 풍부한 감정을 전달해 주었다. 그리고 결말 부분도 거기만 떼 놓고 보면 복선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리함도 있고 쫌... 뭐랄까 웃기다고 해야되나 아무튼 전개상에 없었던 또다른 감정을 전달 해 주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그냥 이 영화의 만듦새 그 자체인것 같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좋은점도 물론 좋은 점이지만 나쁘게 여겨진 점도 생각해보면서 요렇게 나로선 긴 영화썰을 쓰게 만든 힘. 그냥 안좋네 하고 잊어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이 영화에 대해선 시시콜콜 이야기 하게 된건지 지금 이 자리에서는 분명히 정의 내릴 순 없지만 그냥 뭉뚱거려 이야기하자면 좋은점이 너무 좋아서 나쁜점을 품게 되었거나 분명 나쁜점인데 어떤 지점에서 내 취향을 저격했거나. 아무튼 취저였다고 쓰고 이 글을 마무리 해야 할 것 같다



<다섯글자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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