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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un 25. 2020

영화 #침입자 이야기

롱리뷰,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지금 생각해보면 침입자는 이야기 구조에서 작가가 의도했을 목표가 가장 뚜렷이 드러난 영화였던 것 같다. 적어도 코로나 파도를 넘어 이번 달에 대규모로 개봉을 시작한 한국 영화들 중에서는 그렇다. 그런 부분이 관객 평가에서 낮은 (근데 요새 유독 관객 평가가 전반적으로 좀 짜게 나오는 것 같다 CGV 골든에그 기준) 점수를 받는 계기가 되었을까? 


영화가 그리는 가족은 이야기 전개상 김무열을 제외하고는 말이 된다는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은 있다. 하지만 너무 설명하려 하지 않고 살짝살짝 사건을 드러내고 감추는 템포 덕분에 김무열을 조여 오는 분위기는 잘 체감된다. 특히 초반에 김무열 캐릭터를 설명하는 부분은 ‘다 아는데 어쩔 수없이 해야 되는’ 파트 뉘앙스가 나서 지루해질 대비(?)까지 해 놓았는데 이 부분까지도 무난하게 흘려줘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논란이 있었을 사건의 진상은 어떤 가. 확실한건 전말을 보건데, 이 작품이 영화 속에서 제시되는 가장 큰 미스터리가 해결되는 과정 속에서 송지효가 꾸민 ‘치밀함 속의 안일함’을 파고드는 김무열의 ‘평범함 속의 번득임’이 주는 즐거움을 의도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입장을 이야기하자면, 일단은 좋은 쪽이다. 어쨌거나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류는 아니었으니까 예상 밖이었으니. 그리고 대충 받아들인다면 김무열이 이후에 보이는 반응이나 액션의 에너지도 좋아서 영화의 흐름으로 봤을 때 기승전결 배분이 잘 이루어졌다고 느꼈다.


가족에 대해 여러 각도로 살펴보는 시야도 드러냈다. 핏줄과 가족이라는 테마에 대해 부모님 (어쩌면 동생인) 송지효 그리고 김무열 각자가 서로 내비치는 입장들 특히 김무열 같은 경우 사실상 관객이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주인공이지만 약간의 거리두기가 있는데 위험할 순 있었지만 영화의 메시지라던가 믿을 수 없는 화자가 주는 긴장감 측면에서도 강도가 적절히 조절된 것 같아 좋았다.


그런 부분은 결말까지도 나름의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잘 끌어낸 것 같다. 그리고 ‘여운’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쓰고 보니 다 좋은 말인데 진짜로 난 침입자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촬영 편집의 기본기라던가 이야기의 흐름, 영화의 주제 등등 작품을 보고 한 명의 관객으로서 몰입하고 여운도 느꼈으니까.


하지만 진짜 좋은 영화를 보고 느낀 그런 짜릿함 같은 경지에 올릴 순 없다. 진짜가 아닌 것 같은 인공적인 만듦새,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진심을 강타한 ‘명작’의 만듦새를 ‘얼추’ 레퍼런스로 하여 흉내 낸 인상을 받았다.


마술 쇼 티켓을 산 다음에 진짜 내 돈까지 내고 속일 테면 속여봐라 마음먹은 상태여도 결국은 그 순간에는 마법이라고 믿게 만드는 마술사의 경이로움에 비교한다면, 분명 요소요소가 멋진 것은 알겠는데 그 대목을 배치하고자 고심하는 스태프의 노고나 의도가 앞서 생각나는 것이다.


영화 이야기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이 조금씩 인공적인 것은 그 일관성을 고려해 볼 때 의도였던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주제가 영화 구성요소들 로부터 약간씩 거리를 둔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지의 대해서는 의문이다. 가족 구성원의 침투라는 부분 외에는 닮은 구석이 없지만 어쨌거나 ‘기생충’과 비교해 보자. 가족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자극적인 상황을 이끌어 나가고 휩쓸리는 이들을 ‘바라보면서도’ 가족 내외를 가두어 버린 시각적 스타일 속에서 이야기를 붙들고 허우적대는 이들에게 ‘공감’ 하기도 한다.


단순히 이쪽은 주인공 일행과 관객의 ‘밀당’을 잘해서 그래!라고 맺는 것은 너무 얄팍한 마무리 같지만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거리두기와 몰입이라는 두 가지 도구를 적용하는 데 있어 영화 전체적으로 두 요소를 평면적 / 대립적으로만 인식하고 일관적으로 필터를 세팅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구조 상 그런 인공적임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가 싶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영화 내 구성요소에 평면적으로 적용된 필터를 더 다채롭게, 볼륨감 있게 다듬었다면 상업 영화의 즐거움을 바라면서도 약간의 지적 유희(?)를 기대했을 관객들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자극할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코로나를 뚫고 개봉한 영화로서 돈 값이 아깝지 않은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여담으로, 내가 런닝맨을 매주 챙겨보는 입장인데 송지효가 초반에 곤궁에 빠질 때 런닝맨에서 뜻대로 일이 안 풀릴 때의 송지효 생각이 좀 났다. 근데 그게 영화 감상에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았다. 송지효에 대해 잘 안 드러낸 상태라서 빈칸을 상상하게 만드는 요소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오히려 마지막에 가서야 아 이래서 송지효를 캐스팅했구나 라고 느꼈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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