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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un 30. 2020

영화 #지푸라기라도잡고싶은짐승들 이야기

숏리뷰, 내용 스포 없으나 영화 구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영화 포스터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과정을 각각 잘라서 보여주는 이야기. 좀 피곤할 때 봐서 그런지 집중력이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더 피곤해질 각오를 하고 봤다. 근데 이게 웬일? 생각한 것보다 재미있었고 무엇보다도 이런 형식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사람 헷갈리게 하지 않고 아주 명쾌한 흐름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좋았다.


캐릭터 별로 에피소드를 교차해가면서 보여주는 초반 부분은 진한 글씨로 잘 강조된 요약본을 읽는 시원스러움이 있다. 그리고 메인 스토리에 연관이 없어 보이는 부분마저도 그 자체로 먹힐만한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 작가와의 대결을 위한 예습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영화가 그런 해석을 지양하는 것 같다. 얼굴개그 같은 허당 미부터 청불영화임을 드러내는 강렬함까지 두루 섭렵하며 믓찐 화면빨로 쫙쫙 쏴주니 일단 보는 맛에 자연스레 무장해제되는 것이다.


이야기는 좋은 의미로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가 이어진다. 1917처럼 영화의 신이 휘두르는 수준은 아니고 예상치 못한 5번 보기를 들이댄다는 느낌이지만 순수하게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를 상상하는 재미만으로도 좋다. 그리고 내용의 잔혹함과 별개로 난 이 이야기의 구조가 아주 ‘예쁘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부분에서 작가의 고집 같은 것도 느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가장 훌륭하다 느낀 부분은 편집이다. 이야기가 의도했을 예쁜 구조를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많은 인물들의 시점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교차하는 와중에 크고 작은 미스터리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명쾌하게, 그러면서도 영화 내 갖가지 요소들을 용병술처럼 넣었다 뺏다 하면서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그 쉬워 보이지만 무진장 어려웠을 임무를 100% 완수했다.


강렬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영화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솔직한 제목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까발림 정신 그대로(?) 이야기와 화면의 흐름에 맡긴 채 그저 즐긴다면 시간이 순삭 될 만큼 재미있는 영화로 남게 될 것이다. (청불이라 피는 나오는데 잔인함만 보면 봉오동전투보다도 낮다 하지만 등장인물 대다수의 윤리의식을 고려한다면 청불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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