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J YP Jun 28. 2020

영화 #커런트워 이야기

숏리뷰, 직접적 스포일러는 없지만 영화 구성에 대한 언급이 있음

영화 포스터


(2019년 개인 SNS에 작성한 리뷰를 옮겨서 올립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가지게 되는 선입견 중 하나가 있다. 특정 멀티플렉스 독점 영화치고 ‘좋은’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완성도 있는 영화라면 최대한 관을 많이 잡으려고 하지 시작부터 한국 영화관의 2/3를 날리는 계약을 하겠는가? 이런 점에서 ‘커런트 워’는 애초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였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마블 브랜드 파워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두 배우가 얼핏 보면 흥미가 가는 소재로 영화를 찍었는데 전체 개봉마저 못 할 정도로 영화판에 신뢰를 못 얻었다면 당최 어떤 수준의 완성도를 지녔단 말이지?


그런 의문은 영화가 시작되고 경악으로 바뀌어 거의 절반 정도까지 감상을 지배했다. 이 영화의 전반부 흐름은 그냥 아무 설명 없이 엉망이다. 대충 한국 사회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천재 발명가 에디슨의 ‘밝은’ 이미지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내가 보는 장면이 캐릭터 설명인지 앞으로 벌어질 행동 동기가 되는 장면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리듬이 없다. 심하게 말하자면 멀뚱히 서 있는 채로 막 집어서 아무렇게나 툭툭 집어던지는 공에 얻어맞는 기분이다. 캐릭터 배분도 의도를 알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다. 이 영화가 에디슨의 전기인지 에디슨 & 인셜의 콤비 이야기인지 아니면 에디슨 & 테슬라의 서사인지 에디슨 & 웨스팅하우스의 라이벌리인지 모든 인간관계의 가능성만 열어두고 여기저기 갈팡질팡만 한다. 심지어 무대가 되는 역사 그 자체의 이야기라기엔 서사를 구성하는 주변 인물과 세계관이 너무 얄팍해서 신뢰가 안 간다.


후반부는 그래도 전반부보다는 볼만하다. 다만 그 느낌이 뿌려놓은 것들을 어찌어찌 수습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워낙 여러 가지 씨앗을 뿌려놓기'만' 했는데 걔 중에 이야기로 만들 법한 것들만 추려서 '일부분'만 간신히 수확한 느낌이다. 역시나 잘 만든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영화 군데군데 등장하는 GE나 테슬러 같은 명칭을 보면서 어 저렇게 역사가 이어지는 건가? 상상하는 재미는 있다.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을까? 내 느낌엔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냉철한, 관객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을 수준의 캐릭터 이해에서 오는 냉철함이 없다. 그래서 아내를 생각하는 에디슨과 라이벌에게 지저분하게 구는 에디슨, 인셜에게 한 소리 듣는(!) 에디슨은 전부 다른 사람 같고 결과적으로 각각의 장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납득이 하나도 안 간다. 인셜은 아마도 톰 홀랜드의 캐스팅 때문이겠지만, 스토리상으로는 결과물로 나온 영화 같은 비중을 지닐 이유가 전혀 없다. 그야말로 낭비 같은 비중을 차지하며 에디슨이랑 있을 때마다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파이더맨 생각이 계속 난다. 테슬러와 웨스팅하우스의 캐릭터 묘사도 얄팍하기 그지없고 사실은 좋은 녀석들이었어! 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않는다.


결론을 말하자면, 만약 두 주연배우의 팬이고 당시의 미국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호기심이 충만하다면 그래도 영화를 보고 위키 검색할 구석이라도 되니 가치가 있겠지만 영화 자체적으로 플러스 보정을 받을 만한 요소가 없다면 추천해 주기 힘들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작가의 이전글 영화 #집으로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