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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un 28. 2020

영화 #두교황 이야기

롱리뷰, 직접스포 없지만 영화 구조 암시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제목 그대로, 현재 가톨릭을 넘어 종교계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현 교황 프란체스코와 그의 전임 교황을 그린 이야기다. 나는 현 교황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적이 있고 ‘영적 고양’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을 만큼 기억에 남을 시간을 보냈다. 그 작품을 통해 가지게 된 인상이 있어서 인지 이 영화의 이야기가 암군 (전임 교황)의 시대를 물리친 성군 (현임 교황)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짐작한 부분도 있었다. 


얼핏 영화는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런 예측마저도 영화의 흐름에 따라 더욱 몰입하게끔 가꾼다. 그뿐 아니다. 이 영화는 영화의 소재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을 좋은 영화로 만들기 위한 재료로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런 점에서 소재를 다루는 영화의 흐름은 관객을 ‘쥐락펴락’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가령, 이 영화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모두 고령이시다. 그런데 이 분들을 다루는 카메라 웍은 거침이 없고 거의 공격이라 말해도 될 수준의 줌인을 갑작스레 땡기기도 한다. 사실 카메라가 인물을 들이받는 장면 같은 게 영화에 나올 리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런 과감한 카메라 웍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두 분의 이야기로부터 느긋하거나 두께감을 음미할 수 있는 그런 감흥에만 미치는 작품으로 머물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적 요소의 활용도 좋다. 이 영화는 당연히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하지만 실제 클립과 의도적으로 퀄리티를 떨어뜨린 촬영분의 교차 사용을 통해, 특히 영화 초반에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분위기를 낸다. 템포를 죽이지 않는 편집과 더불어 교황 선거라는 소재를 다루는 이러한 태도가 종교인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다른 세계를 엿보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이런 기법은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관보다 더 작은 화면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더 먹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영화관에서 봤을 때는 (영화의 전당에서 봤다 CGV에선 상영 X) 한 신 안에서 같은 인물이 나오는 화질 차이가 너무 뚜렷한 게 보이니까 좀 ‘티’가 났고. 다만 단점이라기보다는 넷플릭스가 메인이니까 오히려 그쪽을 더 고려했다고 보는 편이…


두 교황의 비중도 결과적으로는 예측을 살짝 비틀어가면서 잘 배분된 것 같다. 현 교황을 추켜세우는 쪽으로 가기 쉬웠겠지만 전임 교황의 적절한 사용과 캐릭터로서 두 교황 모두에게 시선이 가게 만드는 각본의 솜씨로 관객의 안에서 두 사람의 균형을 맞춰준다. 모에한 일면만으로는 넘기기 힘들었을 소재들까지 받아들이게 만드는 점들은 그냥 대단하다. 너무 캐릭터 물 같아 보일 때마다 앞서 말한 다큐멘터리적 터치가 잡아준다. 기막힌 밸런스다.


다른 부분은 뭐가 있을까? 음악. 현 교황이 화장실에서 흥얼거리는 아바 노래에서부터 캐릭터성을 잡고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연기. 내 경우 두 주연 배우를 잘 모르는 편인데 그래서 외려 진짜 교황이라는 생각으로 더 몰입한 것 같다. 요모조모 뜯어봐도 이 영화 참 대단하다. 못난 부분이 없다. 영화 안에서 다 역할이 있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징그러울 정도로 계산이 잘 돼 있다. 심지어 쿠키까지도!!!


그러면 이 영화의 교훈은 무엇인가? 역시나 잘 만든 영화답게(?) 소재의 포텐을 무시하는 ‘단선적인’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영화는 아니다. 일단은 종교적 의미의 죄는 무엇인가, 고해성사를 통해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죄와 이에 대한 용서라는 주제를 현대를 살면서 종교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어조로 이야기한다. 종교를 떠나 배움과 사명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심지어 그저 다르게 살아온 두 나이 든 고집쟁이 할아버지들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이야기로만 봐도 좋다. 아무튼 2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으니.


그래서 2019년에 나온 영화로 한정하자면, 아마도 ‘잘 만든 영화’를 꼽는다면 연말에 혜성처럼 나타났던 이 영화를 아주 강력한 1위 후보에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최고의 영화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조금 주저하고 싶다. 뭐랄까 분명 이 영화는 영화를 평가하는 모든 요소들이 엄청난 고급으로 딴딴하게 제련된 물건이다. 그 정도로 아름답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그 완성도 자체에 경탄하는 마음이 먼저 생각난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난 이 영화가 어쩌면 달을 가리키는 너무나도 어여쁜 손가락이 아닐까. 그런 트집 아닌 트집을 잡고픈 마음이 있다. 넷플 구독자라면 어쨌든 추천! 내가 이야기한 ‘잘 만든’이라는 요소엔 당연히 ‘재미’도 들어가니까.



<다섯글자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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