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상세스포 없으나 영화의 소재에 대해 언급합니다.
‘살아있다’가 코로나 이후 최대 흥행작으로 힘쓰는 와중에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개봉했다. 개봉 첫날에 보고 왔는데 생각보다는 재미와 감동을 두루 갖췄다. 다만 모양새는 좀 쑥스럽긴 하다.
개봉 전 마케팅 규모를 크게 갖지 않은 부분도 있어 나름 기대를 낮추고 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한 20분간은 연기도 그렇고 시대를 묘사하는 방식이 영 '없어 보이게' 여겨졌다. 판소리를 뮤지컬 넘버로 쓰려는 시도도 좀 쑥스럽게 들렸다.
근데 이게 심청전 이야기랑 본격적으로 엮이면서부터는 일단 재미를 얻는다. 물론 디테일이 붙어서 초반의 실수를 ‘만회하는’ 방식은 아니다. 오히려 알음알음 알지도 모를지도 모르는 이웃의 뒷이야기를 솔솔 캐내는, 어떤 호기심이 원동력이다. 거기에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구조를 선보인다. 이런 시도는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아예 새롭지는 않지만 쑥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좀 더 ‘지적으로’ 파고 들 만한 거리를 던져 준다.
사실 지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이야기의 플룻만 보면 고전소설…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동네 ‘민담’ 같이 여겨진다.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도 연기 같은 경우는 발연기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이 워낙 많아서 영화 제작 과정 간에 문제가 있었나 의심이 들기도 했고.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이 영화는 외려 이런 민담 분위기의 ‘만만한 여흥’을 추구한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먼저 주인공 심학규의 ‘진짜’ 이야기와 심청전이 소통하는 과정에는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궤도에 오른 후에는 음악도 적절한 타이밍에 잘 쓰여서 몰입에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도 단점이 아닌가 싶었던 힘 빠진 연기나 초보적인 상황 설정도 다시 봤을 때, 만약 주인공의 주변 일행들이 모두 ‘빡시게’ 연기했다면 이야기에서 이런 여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의도된 배치가 아니었다 싶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이 영화가 제한된 예산으로 목표를 잘 달성한, 나름의 컨트롤이 이루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심청이에게 생긴 변화 부분을 봐도 그렇다. 그건 한 끗만 타이밍이 어긋났어도 영화 전체를 완전히 싼티나게 만들어 버릴 위험천만한 시도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웬만한 영화가 시도도 못할 배짱도 부린다. 장담할 순 없지만 훌쩍이는 소리를 많이 들었으니 이쯤 되면 ‘감동’도 제법 성공쪽이지 않을까?
조선시대 예인은 저잣거리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멸시와 천대를 받기도 했다. 그런 조선시대 판소리꾼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어쩌면 그 자체로 옛 시대 이야기꾼의 재현이 아닐는지.
여담, 그래도 심청전을 표현하는데 제일 돈 많이 들어갈 것 같은 부분을 귀신같이 잘라 버린 부분은 웃펐다. (물론 당위성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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