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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ul 08. 2020

영화 #해피디데이 이야기

롱리뷰,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보통 여러 개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면서 진행되는 영화의 경우 해당되는 영화 안에서 사용되는 이야기의 개수가 4개 이하로 설정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 이상이 되어 버리면 관객들이 등장인물이랑 플룻 바뀌는데 산만함을 느낄 테니까. 그런데 대담하게도(?) 이 영화에서는 무려 5개의 이야기를 교차로 진행시킨다. 심지어 이야기 간의 구심점도 느슨해서 따로따로 보면 완전 다른 에피소드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면서 산만하다는 감상은 느끼지 못했다. 그 점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주는 편집의 기본기는 확실히 갖추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영화가 그 구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 자체를 아주 익숙한 데서 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초반 30분 동안 현란하게 다섯 에피소드를 오가는 부분만 봐도 한 시간 후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잔뜩 끌고 와서는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봤어’ 감상인 것이다.


짐작했겠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뻔한 이야기다. 그래서 초중반까지 순전히 이야기를 휘젓는 테크닉에 매료되다가도 영화 중반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등장인물들에게 주어지는 ‘시련’때문에 템포가 떨어지는 일이 생긴다.


영화가 딱히 그 시련을 ‘잘’ 뚫고 나갔다고 이야기 해 주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마무리까지 끌고 간다. 시련을 ‘씨게’ 각인시키려고 무리하는 법도 없고 어떻게든 익숙한 재료를 열심히 흔들고 섞어서 자극을 주려는 태도에 그러려니 하면서 술렁술렁 흘려보냈다.


인상적인 인물이 두어 명 있다. 일단 여성 인물 중에서는 비중도 많고 다른 플룻 와의 접점도 갖춘 카페 알바 아가씨가 (굳이 붙인다면) 주인공 같은 포지션이다. 실제 영화의 가장 큰 줄기가 되는 이야기 소재와도 닿아 있고. 재미있는 점은 역설적으로, 영화 내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여성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들을 다룬 영화 치고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강아지와의 접점이 ‘덜’하다는 점이다. 더 명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물리적으로 이 영화의 등장인물 중에 개의 주인이었던 기간이 공동 꼴찌에 준한다.


남자 인물 중에서는 누나 속을 썩이는 밴드 하는 아재가 주인공에 가까워 보인다. 일단 해당 에피소드에서 개를 기르는 유일한 인물이므로 개와의 투샷 비중이 독보적으로 많다. 그리고 영화 내에서 가장 (인간 기준) ‘근원적인’ 교훈을 본인 입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론 적잖이 오글거렸지만!) 게다가 나중에 언급할 이유로 작가 혹은 감독의 자의식이 담긴 오너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뻔한 소재 속에서도 연기하는 배우를 보는 즐거움은 건진 데 반해 오히려 개들의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깊은 관객이라면 여기서 일단 마이너스가 될 것 같다. 사람 이야기만 다섯 개에 곁가지 인물들 이야기까지 들어차니까 정작 개가 나올 타이밍이 별로 없다. 이건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이 반려견을 처음부터 이야기의 소재로만 설정하고 접근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 영화가 반려견을 다루는 태도에는 (에피소드마다 차이는 있어도) 따뜻한 감상을 전달해주는 부분도 있는 반면 살짝 냉소적이거나 소재에 대해 쑥스러워하는 점도 보인다. 특히 살짝 냉소적인 장난이 엿보이는 유우머는 강아지를 다룰 때뿐 아니라 영화의 전개 군데군데에서 드러난다. (아나운서의 멘탈 케어를 해 주는 상담사가 상담이 끝나자마자 칼같이 돈부터 청구하는 부분이라던가) 감독의 원래 취향이 그런 건지 반려동물을 다루는 영화를 찍는 본인에게 쑥스러운 마음이 들어선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런 감독의 취향이 가장 잘 드러난 에피소드가 밴드 아재 이야기로, 단순히 스크린에 비친 분량이나 이야기를 통해 말하는 주제 같은 부분에 추가로 엿보이는 이러한 자의식 때문에 요 친구가 감독의 오너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 내에서 철저히 소재로만 사용된 개들은 종합적으로 봤을 때 반려견이라기보다는 ‘애완동물’로서 다루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개들과 개와 함께하기에 행복한 인간들의 이야기라기 보단 개를 통해 어떤 교훈 혹은 즐거움을 얻어간 인간들의 '즐거움'에 더 방점이 찍힌 것이다. (카페 알바는 ‘개를 통해’ 남친을 얻었고 속 썩이는 남동생은 ‘개를 통해’ 누나의 소중함을 느꼈기에 본인들의 이야기에서 결말을 맞은 것이다)


그런 부분이 반려동물로서 개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얄팍하고 무례하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여러 마리의 개들이 주는 귀여움이 팡팡 터지는 서비스 컷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는 개보다는 개로 인해 OO 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기본적으로 염두 해 두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여담, 이 영화에 나오는 주연들과 함께하는 개들이 대부분, 어쩌면 전부 암컷인 것 같다. (반려견을 지칭할 때 SHE 나 HER이 자주 들렸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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