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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an 27. 2020

영화 #몽마르트파파 이야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번 주에 본 영화중에 프랑스랑 관련된 영화가 3편이나 되었다. 그 중 두개는 프랑스에서 제작한 영화들이고 둘 다 숏리뷰로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반면 제목만 봐서는 영락없는 프랑스영화처럼 보이는 요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다.

거두절미하고 일단 참 재미있다. 작년부터 살펴봐도 ‘다큐멘터리’ 영화 중에서는 이렇게 재미있다고 느낀 영화를 못 꼽을 것 같다. 일단 일등공신은 역시나 소재. 평생을 대구에서 미술선생님으로 일해온 아재가 은퇴 후 젊은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내뱉은 로망을 실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잡을락 말락하는 꿈같은 현실을 실현하는 과정엔 대리만족의 즐거움이 있다. 또 요즘 사회의 트렌드인 YOLO문화와도 닿아 있어 시의적절해 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커다란’ 이야기였다면 편집되었을지 모를 소소한 과정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프랑스에 가기로 결정한 후에 불어를 배우면서 즐거워한다거나 비행기 타기 전날 마트에서 햇반을 몇 개 살지 와이프랑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은 여행예능의 한 장면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지켜보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범상치 않은 나레이션, 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이라면 화면과 관객을 잇는 가교이자 그 자체로 주제를 이야기하는 시선이기에 멘트를 주욱 따르면서도 화자에 대한 해석을 요구하는 입장에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나레이션은 스크린을 찢고 안으로 들어간다. 주인공 부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보면 거침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얄밉다고 꿀밤 한대 먹이고 싶을 정도로 폭주하는데 그런 버르장머리(?)는 직업이 영화감독인 아들내미가 아버지인 대구아재의 로망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기에 가능한 설정. 장면마다 부모님을 설명하는 자막을 바꾼다거나 (화가 비평가 미식가 도박가?! 등등) 편집을 통해 이 노부부를 놀리는 것도 오히려 부모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기에 관객으로서 편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얄밉게 구는 부분이 있어도 기본적으로는 두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어떤 부분에선 진지하게 예술가로서 아버지를 예찬하기도 하고 동반자로서 살아본 노부부에게 존경을 보내기도 한다. 나도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었다.

기술적으로는 좋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부분이나 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솜씨가 좋다. 요즘 한국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순수하게 카메라가 대단하다 여겨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런 수준의 날렵함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빈 곳을 두지 않으려 하고 어쨌든 아무것도 없어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게 내버려두지 않는 영화다.

하지만 이런 만듦새가 중후반부에는 조금 강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는 후반부 들어서 아버지의 여정에 추가적인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그러니가 단순히 ‘오늘은 몽마르트 언덕에서 그림을 몇장 팔았는가?’ 이상의 것으로 아들내미 입장에서는 당연히 예술적으로 욕심을 부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피치를 올리는 부분이 나에겐 외려 와닿지 않았는데 일단 첫번째로 ‘말이 너무 많다’ 부모님의 행동을 자식이기에 가능한 재해석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분명 세 사람의 캐릭터를 이해시키고 스토리를 끌어나가는데 도움이 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아재가 파리에서 수많은 예술작품과 함께하며 느꼈을 의미를 찾는 과정에까지 나레이션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관객으로서 집중하는데 방해가 된다. 그리고 이 때에는 나레이션 내용도 나빠진다. 말 그대로 거진 설명이 되어 버린다. 진심을 느끼기엔 여백이 느껴지지 않아 그저 빡빡하기만 하고. 심지어 최후반부에 아버지의 여정을 정리하는 영상 모듬이 뜰때에도 ‘보컬 bgm’을 깔아 버리니까 말 다했다.

그리고 영화에 에피소드를 넣고 템포를 올리려는 시도가 다큐멘터리로서의 진실성을 좀 떨어뜨린다는 인상도 받았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목이 말라 잠이 깨었는데 부엌에서 어머니가 불경을 쓰고 계시더라 (그 와중에 카메라는 어떻게 챙겼노…)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이런 부분까지 나레이션으로 다 말 한다 TMT) 물론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을 거라 믿는다. 그런데 이런 느낌이 나는 사건을 두세번 보게되니 진짜로 예능프로그램 같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정리하자면 확실히 재미있고 공감가는 한 편이었지만 감독의 의도가 완전히 발휘되었다기엔 기술적으로 영화를 꽉 채우려는 시도가 오히려 진실한 힘을 떨어뜨린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여백의 힘을 믿었다면, 아니면 차라리 마지막까지 여행예능처럼 갔어도 난 재미있게 즐겼을 것 같다.



<다섯글자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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