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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Jan 27. 2020

영화 #신비아파트 극장판 이야기

(직접 스포는 없으나 영화 전개에 관한 언급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익숙했던 프랜차이즈이기에 본거라 대단한 기대를 한건 아니었다. 그래도 올해 개봉한 한국 애니매이션들 중에서 괜찮은 인상을 받은 작품들이 제법 되서 아주 엉망은 아닐거라는 믿음은 있었다.


 일단 첫인상은 기존 TV 시리즈의 연장이라 여겨졌다. 작화 부분에서, 특히 배경을 활용하는 부분이 정적이라 극장판으로서 파워업 한 부분이 잘 안느껴졌다. 그런 한편으로 스토리는 TV 시리즈와 아예 선을 긋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물론 TV 시리즈의 극장판이 어느정도 본가와 구분된, 외전으로서 전개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시작부터 공간적으로 딱 분리를 시켜 놓으니까 외려 익숙한 현실을 건드릴 때 예상 가능한 재미가 없어진 것 같다. (제목이 신비아파트인데 신비아파트가 초반 30초 나오고 땡이면...) 그런 설정에서도 잘 할 수 있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러기에 오히려 뻔하게 굴어버린 듯하다.   


 캐릭터의 배분을 따지자면 우선 신비 일행을 서포트하며 왠지 멋을 부리는 역할로 등장하는 ‘최강림’은 스크린에 비치는 의미던, 활약도를 따지던 이 영화에서 존재 자체가 애매하다. 아마 어쩔수 없이 밀어붙인 것 같기도 한데 해당 청년의 어머니로 설정된, 하얀 소복을 입은 무속인 같아 보이는 아낙네가 북유럽 신화 요르무간트 이야기를 하는 부분부터 뭔가 아귀가 안맞아 보이는 한편, 진지하게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마다 엄청난 오그라듬 때문에 의도치 않은 웃음벨 역할을 해 준게 그나마 나에게 있어서 이 친구의 존재감을 입증한 것 같다.


 한편 새로운 주목을 이끌어야 할 실질적인 메인인 하늘도깨비는 지나치게 꿀벌같아보이는건 둘째치고 (꼭 우리가 상상하는 도깨비 이미지에 고정될 필요는 없지만 대놓고 모 동물을 연상시키는건 어떻게 봐야하나?) 타이틀롤인것 치고는 막판에만 활약이 몰려 있는 편인데 애초에 이 캐릭터로 뽑아 낼 이야기가 많치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은 의심이 든다. (신비네 가족 해외여행 이야기에 이상한 타이밍에 끼어드는 강림이 이야기도 러닝 타임을 채우기 위한?)


 신비네 가족들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은 없다. 초반에 대략적인 느낌에 대해서는 말한 것 같고. 다만 좋고 나쁨을 떠나 2020년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이니만큼 약간의 ‘모던한’ 터치는 있다. 가령, 비행기 안의 괴생명체 발견 -> 승객들: 꺄악~ 승무원: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흐름이 아니라 오히려 승객들이 나서서 ‘올 ㅋ 셀카각’ 이러면서 좋아한다던가 주인공 여자아이의 동생이 콜라를 좋아한다는 설정인데 한 20년전쯤 전이었다면 당연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탄산음료는 좋지 않습니다. 올바른 식습관으로 부모님께 효도합시다.’로 흘러갔겠지만 역시나 요즘 영상물답게 그런 설교와는 다른 방향으로 활용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볼멘 소리는 사실 내가 이 애니매이션을 잘 모르고 또 애정이 없었기에 내뱉은 푸념일 수도 있다. 찾아보니 신비아파트는 여러 번의 시리즈가 나왔고 극장판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면 팬 입장에서는 해당 영화의 전체적인 시리즈 안에서 역할을 감안하지 않았기에 박하게 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서두에 언급한 스타일 부분마저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불구하고 최종결전대상이 되는 요르무간드의 묘사가 실망스럽다는 점은 빼박 짚고 넘어 가야 겠다. 일단 원본이 있으니 긴 뱀형태로서 그려진것은 알겠다. 그런데 길쭉함이 강조되어 보스캐다운 벌크가 부족하고 공격 패턴이 두가지 정도로 끝도없이 우려먹어서 성의부족같다. 전투장면도 턴제 RPG를 연상시키는 너한대 나한대라 배틀 액션물로서도 둔중한 느낌이다. 설마 아이들에게 ‘복잡한’ 연출이 어렵게 느껴질거라고 생각한건가?


 하긴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나 같은 사람 보라고 만든 영상물은 아닐 테니 내 평가가 옮다고 단언하고 싶지는 않다. 크리스마스 주말을 맞아 어쨌든 ‘한국’ 정서가 있는 애니매이션이라면 그냥 저냥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는 의미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추석때 같은 목적으로 개봉했을 ‘극장판 헬로카봇-달나라를 구해줘’와의 비교라면 난 그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tv판의 현실에 개입하여 스케일을 확장하는 접근 (제목부터!) 이나 캐릭터의 배분 면에서 더욱 정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P.S 주인공네가 하와이로 가기 위해 탄 비행기는 디자인으로 보나 기내 서비스로보나 빼박 J모 에어로 보인다. 협찬이 있었을까?


 P.S2 그래도 이 영화에서 올해 최고라 여겨질 부분이 하나 있다. 신비 도깨비와 페어를 이루는 금비라는 도깨비는 올해 본 영상물 중 가장 고증이 훌륭한 편에 속하는 동남 방언을 사용한다. 실사 배우들을 물리치는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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