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J YP Jan 27. 2020

영화 #속물들 이야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속물들을 처음 보고 한 20분동안은 영화를 깔보고 있었다. 너무 드라마 같은 촬영 구도에 막장 기미를 풀풀 풍기는 배경들 그리고 발연기 스멜… (특히 영화의 상당부분을 ‘정의의 사도’로 연기해야 하는 송재림씨가 제일 심각하다) 그렇게 긴장을 풀고 보다가 한 시간쯤 지나서는 ‘뭐 재미있네’로 올라섰고 마지막엔 ‘제법인데?’ 까지 갔다.


 지금 글을 쓰면서 제반 정보도 찾아보고 내용을 정리해보니 영화에 대해서 좀 더 후하게 평가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의 만듦새가 멀끔하다는 것은 아니다. 짐작은 가지만 그래도 요즘 영화 같은 카메라 움직임이 있었다면 찰진맛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평면적이라 깔보기만 했던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짐작가는 의도와 함께 이야기의 묘미를 살리는 측면에서 잘 디자인되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제목 그대로 속물들이고 예술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예술 업계에 종사하는 인물들의 막장극이라는 점에서 얼마전에 개봉한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랑 비교된다. 그 영화랑 비교하자면 일단 주인공의 존재감과 이를 활용하는 이야기의 구조 측면에서 이쪽의 여운이 더 짙었던 것 같다. 다시 강조하자면, 역시나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에 대한 묘사다 관객들로 하여금 속물로서 깔보는 시점을 견지하면서도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아픔을 캐내어 영화가 흘러가면서 점차 주인공을 점차 동정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그녀가 파멸을 맞는 최후반부는 꾀 부리는 자의 멸망을 지켜보는 카타르시스와 함께 일순 그녀를 얽맨 ‘어쩔 수 없음’에 대한 동정심을 동시에 안겨준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영화가 끝까지 에너지를 잃지 않은 점은 마지막 순간까지 주인공에게 거리두기에 성공했다는데 있다. 더욱 훌륭한 것이, 상반된 감정을 핑계로 열린 결말로 도망친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서 정직하게 끝맺음을 맺었다는 점이고 게다가 그 마지막까지도 제목을 배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난 이 영화의 각본이 좋다는 데에 한표 던지고 싶다. 물론 주인공의 주변 인물 묘사는 얄팍하다. 심지어 연기도 뻔하거나 별로라서 더욱 그렇게 여겨지지만 그래도 커다란 붓으로 대충 짜 놓은 듯 보이는 예술계 묘사에는 의외로 몰입할만한 골격이 있다. 일단 관객에게 익숙할 큐레이터와 미술관 관장 같은 사람뿐 아니라 예술계를 둘러 싼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가 교차되는 점이 그렇고 얄팍해 보이지만 적어도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 얄팍한 캐릭터를 배반하지 않게끔 통제되어 보인다는 점에서 각본의 의도를 짐작하게 만든다.


 그 유일한 예외는 주인공의 어릴 적 친구(?)로 등장하는 인물로서 가히 올해의 미친X 상을 수상할 법한 괴짜로 나온다. 등장 초기에는 기행과 더불어 거의 송재림 다음가는 발연기를 보여주는 이 괴짜로 인해 일순 영화의 퀼리티가 엄청 낮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의 이런 느낌마저도 영화를 보고 난 후 제목과 그로 인한 주제에 포함시키게끔 만든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감독의 의도를 고려하여 좋은 B급 영화를 정의 할때, 이 영화는 ‘좋은B급 영화’이고 더불어 올해 가장 영화에 걸맞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라고 말 하고 싶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만듦새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발연기 같은 부분도 어느정도 의도라고 생각하지만 그 발연기의 퀼도 연기자마다 들쭉날쭉이니까 그래도 더 ‘잘’ 할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은 있다. 과연 이분이 통제된 B급을 벗어나서 다른 소재로 어떤 영화를 만들까에 대한 궁금증도 있고.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작가의 이전글 영화 #신비아파트 극장판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