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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Aug 02. 2020

영화 #강철비2 이야기

롱리뷰, 영화의 설정과 초반 30분 내용 언급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일단 1이랑 비교하자면 배경의 스케일은 커졌다. 미국, 중국, 일본의 이야기도 주변국의 이야기로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들 각자의 목적을 가진다. 지극히 남한 편의적인 입장에서 타국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듯한 시각은 절제되어 있다. 스토리텔링 면에서도 알기 쉬운 분명한 어조로 강철비2를 이루는 세계관의 골격을 세워 놨다.


하지만 강철비2가 공들여 세운 세계관이 그 형태만으로 한국 관객을 흥분시킬 만큼 핫한 아이템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강철비 2에서 소재로 삼는 사건을 몇 년째 진행하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차처 하고서라도, 적어도 우리는 이 소재가 두 시간 정도의 사건을 통해 블록버스터스러운 결말을 맞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 골격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영화의 ‘배경’으로서, 자 이제 진짜 이야기를 들어 보자는 식으로 넘어갈 때나 ‘그렇다 치고’가 가능한 밑그림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영화의 진짜 ‘이야기’도 전개 내내 요 골격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가장 손해 보는 것은 곽도원이다. 그냥 딱 봐도 너무 말이 안 되는 이유로 엄청난 짓 (그걸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영화니까~ 그렇다 쳐도)을 하니까 진지함이 떨어진다. 남한으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압박 속에서도 어떻게든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었던 북한인데 만약 진짜 곽도원 같은 사람이 북한의 고위 군사직이었다면 진작에 없어지고 남았을 것이다.


중심이 되어야 할 3명의 대통령 캐릭터도 내세울게 별로 없다. 이들은 작품이 만들어 낸 세계관을 설명하고 증명하기 위해 마련된 도구다. 앞서 ‘알기 쉬운 분명한 어조’라는 표현을 했는데, 자기가 세워 놓은 세계관에 대해 기본적인 납득도 못 시키는 영화랑 비교한다면 이건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라는 게 어떤 키워드가 나오면 누군가 뜬금 설명충으로 빙의하여 ‘아 그 사건은 언제 누가 어떻게 꾸민 사건이란 것이군요!’ 줄줄줄 읊는 식이라면 그 캐릭터에게서 살아 숨 쉬는 인간으로서의 매력을 빼앗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한 설명이 주는 딱딱함을 중화시키고자 시도한 것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아재스런 개그 코드다. (나도 아재지만... 아니 내가 아재라서 더 민감한 걸 수도) 나의 편견 때문에 뭘 해도 멋짐 초과로 가식적으로까지 보이는 정우성 대통령과 영부인으로 나오는 염정아 배우와의 콤비는 너무나 낮 뜨거워서 손을 싹싹 비비면서까지 봤다. 잠수함 안에서 벌이는 삼국 대통령 간의 X꼬쇼까지 나오는 브로맨스(?)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곽도원의 행동 동기 중에도 브로맨스의 영향력이 제법 있다 브로맨스가 취향인지?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책임지는 잠수함 장면은 잘 디자인되었다고 느꼈다. 분량면에서도 적절하고 시각적인 부분에서도 명확한 동선으로 집중하면서 보기 좋은 구도가 돋보인다. 그리고 북한군 잠수함이기에 북한말로 첨단 기기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어떤 생경함과 함께 짜릿함도 느꼈는데 요 부분이 내가 아재라서인지 국뽕에서 자유롭지 못해서인지 그냥 변태(...)라서 그런지에 대해서는 섣불리 이야기 하기 조심스럽다.


전체적인 인상을 이야기하자면, 분명 강철비는 군데군데 적절하게 볼거리를 던져 주면서 나름의 논리 속에 기승전결을 구성한 완성도를 갖춘 한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비하면 어이없을 정도로 가벼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쨌거나 영화관에서 재미를 느끼는데 무게가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쿠키에서 힘주어 말하는 내용도 그렇고 원래 의도는 더욱 진지한 의제를 던지고자 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감상을 좀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설정 놀음, 얄팍한 캐릭터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강철비 1에서 내가 가장 몰입했던 부분은 곽도원, 정확히 말하면 곽도원의 ‘처신’이었다. 막중한 임무가 배경에 존재함에도 곽도원은 ‘윗사람들을 고려해야 하는 아랫사람의 고충’을 염두해야 했다. 지나고 생각해 봤을 때 오히려 그 점이 영화에서 힘주에 상징했던 ‘현실 정치’보다 더 보편적인 몰입감을 선사해 주었던 것 같다. 게다가, 곽도원은 남북 분단 스릴러물에서 정말 드문, 육체적 능력이 결여된 샐러리맨이라는 개성도 있었다. 강철비 2에는 그 정도로 몰입하여 두고 보고 싶은 캐릭터가 없었다. 일단 다들 윗 X가리들 뿐이니 그들 위에는 오로지 선명하지만 가벼운 만화 같아 보이는 세계관밖에 없다. (물론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보다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묘사된 미국 대통령부터가 가볍기 짝이 없는 캐릭터니) 뻔한 세계관을 대표해야 하는 캐릭터니 행동도 뻔하고 예상을 벗어나는 구석도 별로 없다.


강철비는 근사한 스펙터클과 아무튼 사람에게 자극을 주는 장면으로 엮인 볼만한 영화다. 그리고 감독의 분명한 메시지도 지금 우리에게 가치 있는 의제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주인공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희한할 정도로 이 영화에선 사람 냄새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여담. 이 영화의 아재 개그 못지않게 농도 초과로 느껴진 부분이 영화에 드러난 ‘상징’이다. ‘일본’에서 온 태풍과 ‘중국’에서 온 태풍이 합쳐 저 초대형 태풍 ‘스틸레인’으로 진화하여 한반도로 진격한다는 내용의 일기예보가 떡하니 영화 초반에 나온다. 이거는 ‘상징'도 아니고 거의 ‘전시’ 수준 아닌지… 그래서 이 영화의 아재스러운 에고가 더욱 강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다섯글자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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