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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Aug 18. 2020

영화 #하나레이베이 이야기

숏리뷰, 스포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브런치 가입 전 SNS에 올린 글을 옮겨 싣습니다)


2019년에 본 영화 중에서 리뷰를 써야지 생각만 하고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은 작품들이 많았다.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을 기념한다는 핑계로 기억나는 작품들만이라도 써 보려고 한다. ‘기억난다’는 것이 꼭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그 반대일 수도 있고 단지 좋고 나쁨을 떠나 어쨌든 ‘기억에 새겨졌다’는게 뭔가 특징이 있다는 거니까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하나레이베이를 처음 볼 때에도 괜찮은 인상을 받았지만 뭔가 엄청난 충족감을 받지는 못했다. 오로지 기억나는 것은 하와이 해변을 바라보는 중년 여인의 뒷모습, 그 이미지 자체였다. 그런데 그 이미지를 생각하는 것 만으로 영화에 내용과 함께 품은 생각이 끊임없이 재생된다.


원작을 얼마 전 서점에서 잠깐 읽었다. 양심상 다 읽지는 못하고… 그런데 원작에서의 주인공은 역시 하루키라고 해야 되나 주인공 아주머니의 내면에 하루키가 박혀 있는 느낌? 그런 부분에서 영화는 카메라와 배우를 통해 직접적으로 캐릭터를 관객에게 와 닿게 만들어 주었다고 느꼈다. 내용 언급을 좀 하자면, 아마도 이 아주머니는 멋대로 죽어버린 아들내미가 괘씸하지 않았을까? 아들의 기일마다 굳이 자식을 삼킨 하와이로 와서 주욱 해변을 바라보는 행동에는 어떤 오기가 느껴졌다. 짐작해왔지만 영화 말미에 비로소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한국식’으로 통곡하는 후반부 장면에서 확신했다.


대체로 일본 영화가 한국영화보다 그런 경향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느긋한 영화다. 하긴 단편을 2시간으로 만든 거니까. 근데 좋은 의미로 여백이라고 해 주고 싶다. 주인공의 심경에 대한 미스터리를 깔아 두고 이어 붙일 수 있는 흔적 사이를 상상하게 만드는 거다. 오히려 한국 사람이니까 일본의 정서는 저런가? 싶은 호기심이 더욱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를 굳이 떠올리게 만드는 것은 역시 이미지 자체다. 문명의 변두리가 보이는 지점, 그곳에서 한 발자국 더 외곽으로 향한 하와이의 어느 해변. 아름답지만 조금 숨찬 시야에 밀려오는 해변을 바라보는 여인. 그 이미지로 영화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영화의 모든 장면이 그 순간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여담. 하와이 가고 싶다... 김해 출발 좀 만들어 주이소… (신비 아파트네 가족들도 가는데…)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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