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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J YP Aug 14. 2020

영화 #주식회사스페셜액터스 이야기

롱리뷰, 영화의 소재에 대한 언급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


일단 웃기다. 허벌나게 웃긴다. 보다 보면 이렇게 웃기는 게 쉬운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물론 빵 터지는 대형 폭탄도 종종 배치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사실상 ‘영화를 소재로 하는 영화’이면서도 폐쇄적인 인용에만 의존하지 않는, 열린 유우머를 쭉쭉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비교를 하자면, 작년에 쿠엔틴 티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봤을 때 왠지 웃기는 장면 같은데 내가 몰라서 못 따라가는 그런 소외감이 들었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부분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왜 ‘거의’라는 표현을 썼냐면 어쩔 수 없이 이 영화가 ‘외국영화’이기 때문이다. 가령, 영화에 등장하는 사이비 종교 ‘무스비루’는 그 이름 자체가 일본어에서 통용되는 말장난인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외국인이기에 어쩔 수 없이 못 따라가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런 페널티에도 성공률이 만만찮은 게 대단하고.


아까의 유우머에서 계속 이야기하자면, 참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할지. 역설적으로 그런 사람 냄새는 영화 속 인물들의 프로페셔널한 자세에서 나오는 것 같다.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묘사에 많은 시간을 받지 못했지만 다들 영화 속에서 명확한 목적을 지닌, 자기 색이 뚜렷한 프로고 임무에 전력으로 매진한다. 그 과정이 딱딱 이루어지는 전개 자체에서 영화의 재미를 뽑아내는 부분이 만만찮다.


반면 주인공이 초반에 겪는 고난은 이러한 프로페셔널한 세계와 대비되는, 어떤 일본의 병리적 현상을 풍자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가령 직장 내 갈굼이라던가 ‘보고’에 집착하는 문화 같은. (꼭 ‘일본’에 한정 지을 필요가 있을까만은)


세계관을 다루는 이러한 묘사를 봤을 때 감독에게 있어 영화라는 매체는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잘할 수 있는 분야’이므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그런 고백을 내뱉는 과정 같아 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관점은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일과 그를 통해 선보이는 정서로서 암시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만약의 일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의 병이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너 스스로 직업에 매진하는 프로라면 쓰임새가 닿을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근데 사실 이런 관점은 좀 꼬아서 본다면, 이미 일본 차세대 스타로 올라선 감독이 위에서 꼬냐보는 잘난 체(…)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영화 안팎에서 반박된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의 제작 과정 자체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중 상당수가 배우의 네임벨류가 아닌, 영화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되었다. 사실상 히로인 역할을 하는 여관 주인도 생짜 일반인(!)이라고 하고 무엇보다도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우부터가 이렇다 할 연기 경력이 없는, 사실상 무명으로부터의 출세작이다.


즉, 감독 스스로가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통해 작품에 맞는 캐스팅이라는 기회를 실제로 배우에게 부여한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이 작품의 범위 안에서는 감독을 위선적인 인간이라고 매도하는 것이 가혹한 잣대다.


거기에 결정타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런 캐스팅을 통해 구현된 아웃풋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아웃풋이 구리면 되려 역공당하기 십상이다. 자기 역할을 딱딱 맞춰 수행하는 조연 배우들의 합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주연배우의 퍼포먼스는 정말이지… 압도적이다. 처음 카메라 원샷을 받을 때부터 영화의 무드를 콱 박아 준다. 이후로도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흐름을 기가 막히게 휘젓는다.


단지 일본 사회의 희생자로서, 가엽고 맹한 이미지의 타이프 캐스팅이었기에 잘 활용될 수 있었던 걸까? 분명 주인공은 가여운 구석도 있고 찌질하고 한편으로는 사랑스러운 구석도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그 스스로가 일본의 병리적 부분을 상징하는, 변태적인 부분도 지니게 했고 영화는 그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런 한편으로는 어떤 부분에서는 빛과 어둠을 통해 아주 누아르 장르처럼 배우를 다루기도 하는데 그 부분 역시 관객의 뇌리에 콱콱 박힌다. 배우의 역량과 감독의 의도가 맞물린 이런 퍼포먼스 자체가 ‘프로’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 ‘프로’ 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


사실 영화와 관련해서 더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은 가급적 모르고 보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서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알고 봐도 재미는 있지만 모르고 볼 때랑은 다른 종류니까. 이런 부분이 심지어 평론가 한 줄 리뷰 같은 데서도 아무렇지 않게 나오니까 (영화 이야기를 다 써가는 입장에서 아이러니하지만) 가급적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굳이 덧붙이자면 ‘영화라는 이야기’와 ‘영화라는 일’ 사이에서 감독이 확고한 잣대를 가지고 있구나 라고 느꼈다.


그래서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난 이 영화를 물론 재미있게 봤지만 오히려 영화 자체만 보면 ‘좋은 영화’ 로서 딱 100%에 맞춰 기획된, 영화의 ‘깊이’ 보다는 그 완성품의 ‘달성률’을 맞추기 위한 플랜이 오히려 더 대단하게 여겨졌다.


여담, 정말 좋은데 본문에 넣을 타이밍을 못 찾아서, 이 영화의 메인 테마가 참 좋다. (‘레스큐 맨’ 말고! 그 노래도 좋지만!) 나올 때마다 텐션이 마구마구 올라간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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